[CF와 놀아나다]원빈과 박지윤의 아찔한 만남

  • 입력 2001년 3월 23일 17시 49분


나른한 포즈로 누워있는 원빈과 박지윤.

두 사람이 함께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적잖이 충격적이다. 별다른 상황이나 대화 없이 단지 누워있을 뿐이지만 매력적인 원빈과 섹시한 박지윤 사이엔 미묘한 긴장감이 번진다. 화면에 깔리는 보랏빛이 신비롭고 유혹적이다.

푸른 셔츠를 풀어헤치고 가슴을 살짝 드러낸 원빈. 야성적이면서 부드러운 인상을 동시에 전한다. 으읏, 박지윤의 섹시한 자태는 아찔함 그 자체. 몸에 피트되는 선명한 보라색의 슬리브리스 원피스를 입고 굵게 웨이브진 머리가 출렁인다.

두 사람의 자세는 더 아찔하다. 원빈은 박지윤의 가슴께를 살짝 베고 있다. 말하자면 서로의 머리를 엇갈리게 맞대고 있는 포즈. 원 빈이 고개를 돌려 박지윤의 목에 갖다대며 향기를 맡는다. 이어지는 나직한 독백은 더더욱 묘한 느낌을 선사하는데...

'그녀의 맨 얼굴을 보았다' 는 것. 그러자 박지윤은 '여자는 다 보여주지 않는다'며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박지윤의 손에서 붉은 장미꽃이 활짝 피어나고 멜 커버링 파우더로 변신.

이 광고의 가장 큰 화제성은 투 톱의 연예인이 만났다는 점. 그냥 만난 것도 아니고 같이 누웠다는 자극적인 설정이 눈길을 단박에 끈다. 아닌게 아니라 젊은 청춘스타가 엇갈려 있는 야릇한 장면은 보기에도 파바박 전류가 흐르기에 충분하다.

두 사람의 존재감으로도 이 CF는 무조건 뜰 것 같다. 철저하게 스타성으로 무장된 이미지 광고다. 스타는 일반인이 갈망하는 상상의 기본원형을 내세우는 표본이다. 고가의 사치품인 동시에 가치를 만들어내는 자본인 셈이다.

설정 역시 화장품의 기능성보다는 화장품의 이미지를 파는 쪽이다. '투명하게 감춘다'는 특징. 얼핏 보면 파우더를 사용하는 박지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사실은 원빈이 있음으로 광고의 밀도가 높아진다.

미(美)는 어떻게 완성되는 걸까? 혼자서 거울 보며 흐뭇해하는 것은 자아도취적인 나르시즘에 가깝다. 하지만 누군가의 시선을 받으며 증명될 때 아름다움은 그제서야 완성된다. 모든 여자가 선망하는 원빈의 시선은 박지윤을 최고의 아름다운 여자로 만든다.

즉, 소비자들은 매력남 원 빈의 마음을 사로잡은 박지윤의 그 도도하고 섹시한 이미지를 사들이는 것이다.

나드리 화장품은 TV광고 외에도 영화포스터처럼 꾸민 제품광고를 강남의 씨네하우스에 내걸었다. 원빈과 박지윤의 다정한 모습이 그럴 듯하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이나 제품의 주 타깃이 20대 여성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짜낸 아이디어 마케팅이다.

잘 빠진 남녀 스타와 아름다움의 은밀한 욕망이 만났으니 이보다 더 광고적이고 상업적일 순 없다. 빈틈없이 짜여진 자본주의의 상품 앞에 두 손 들 수밖에.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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