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6호선 이태원역 내리세요
“이태원요? 멀진 않지만…, 택시 아니면 가기 힘들잖아요. 음식은 전부 외국인 취향 아닌가요?”
이태원에 대해 가지고 있을 만한 고정관념들. 그러나 9일 서울 지하철 6호선의 마지막 미개통구간이었던 녹사평∼이태원∼신당구간이 뚫려 이태원으로 가는 발걸음이 한결 편해졌다. 게다가 이태원역 근처는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외국인들에게 입소문이 자자한 동―서남아시아 음식점과 독일 멕시코계 식당 등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음식점들이 몰려있다. 맛도 맛이지만 실내장식이나 분위기가 외국 현지의 식당들과 흡사해 봄철 ‘기분전환용’ 외식코스로도 적합하다.
▽‘정통 서남아시아’를 맛본다〓이태원역 1번 출구를 나와 20m만 걸어가면 파키스탄 식당 ‘우스마니아’와 ‘모글’이 붙어있다. 바로 옆 해밀턴호텔에 인도식당 ‘아쇼카’가 있지만 분위기는 두 나라의 소원한 관계만큼이나 다르다. ‘우스마니아’의 임란 바실 사장은 “인도는 힌두교를 믿고 파키스탄은 이슬람교를 믿는 것처럼 문화의 차이가 음식에 투영된다”고 말한다. 달착지근한 ‘라씨’ 플레인 요구르트가 1000원, 수프류가 4000원대, 비프커리나 치킨바비큐, 케밥 등 메인메뉴가 1만∼2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 주말에는 뷔페식으로 바뀐다.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은 옆 테이블의 파키스탄 사람들처럼 손가락으로 음식을 집어먹어도 된다. 3번 출구와 붙어 있는 인도식당 ‘타지마할’에는 한국식 숯불구이 요리와 비슷한 ‘탄두리(일종의 꼬치)’요리가 장기다. 24시간 동안 탄두리에 양, 소, 닭고기와 해물을 끼워 바비큐 스타일로 구워준다.
▽세계를 샅샅이〓파키스탄 음식점 바로 길 건너편 4번 출구로 나오면 ‘아메리카 대륙’ 음식을 두루 맛볼 수 있다. ‘내슈빌’에서는 패스트푸드가 아닌 정통 미국식 햄버거를 맛볼 수 있고 ‘판쵸스’에서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흔히 보는 ‘타코’ 외에도 또띠야(쌈같은 밀가루 반죽)에 삶은 콩, 치즈, 쇠고기 등을 얹은 ‘부리도’를 먹어볼 만하다. 챙이 넓은 모자 외에 선인장 야자수 등 멕시코 열대식물이 홀 이곳저곳에 전시돼 있는 데다 매주 금요일에는 재즈 공연이 펼쳐져 ‘이국적 정서’가 물씬하다. 2번 출구쪽으로 쭉 걸어가면 정통태국식당 ‘타이오키드’가 있으며 별미인 1만3000원짜리 ‘팥타이꿍’을 맛볼 수 있다. 베트남식 국물쌀국수가 아닌 ‘볶음 쌀국수’다.
3번 출구를 나와 이슬람교 사원과 제일기획빌딩을 지나면 ‘도이치하우스’가 있다. 돼지 정강이살을 삶은 ‘학세’, 독일식 김치라 할 수 있는 양배추 절임 ‘사우어크라우트’, 다양한 재료의 소시지 모둠 등을 2만5000원대 안팎에 즐길 수 있다.
미식가라면 요리포털 ‘쿠켄(02―571―3103)’이 마련하는 ‘이태원 음식기행’에 참가해 볼만하다. 5만원을 내고 4월 7일 오후 4시부터 6시간 동안 음식평론가 강지영씨와 이태원 일대 식당의 대표메뉴들을 맛보고 근처의 고가구거리도 ‘양념’삼아 둘러보는 이벤트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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