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의료대란, 의료보험 재정 파탄…. ‘의’자로 시작되는 말만 들어도 이제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나지 않을까.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의료보험 재정전망’에 따르면 올해 예상 적자액은 4조원에 이른다. ‘밑빠진 독’이 따로 없다. 집권당인 민주당은 22일 지역 의료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 비율을 현행 30%에서 50%까지 확대하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책은 의약 분업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을 지켜본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의 비판적 분석이 담겨 있다.
1999년 5월10일 의약 분업에 대한 합의안이 발표됐지만, 이는 새로운 전쟁의 시작이었다. 저자는 2000년 7월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의약 분업을 ‘패자들의 전쟁’이라고 규정한다. 이 과정에서 파업에 나선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팽개친 이기주의자로 비판받았다.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국민들은 의료비 인상과 의료대란의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저자는 “의료보험의 기금 운영은 정부가 관할하고, 의료 서비스의 책임은 민간 기업에 맡기는 현재의 이중적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의료 개혁은 실패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의 경력에 어울리게 의사 집단의 직업적 정체성과 전문성을 사회적 위치 등의 기준에서 법조인이나 교수와 비교한 대목이다. 의사의 의료행위는 투여한 약과 진료의 종류, 유형 등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의사들은 부정적인 이윤추구형 이미지로 인식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국과 비슷한 의료보험 제도를 채택한 독일은 의보 수가를 정부와 의사, 시민 대표로 구성되는 3자위원회에서 물가 의료수요 의사인력 수급사정 등을 감안, 의사의 소득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비판도 날카롭다. 무엇보다 요즘 의료 보험 파산의 위기는 의료개혁 문제를 안이하게 생각해온 정부의 정책과 집행 기능의 부재에서 초래됐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의사들의 입장을 주로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오늘의 의료개혁 현실을 감안할 때 귀담아 들을 만한 쓴 소리가 적지 않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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