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쪽 1만3000원 학고재
백설이 지천에 가득한데, 그 찬기운을 뚫고 홀로 꽃을 피우는 매화. 만물이 소생하기 전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 매화. 그래서 사람들은 예로부터 매화를 선비정신의 상징으로 보았다.
‘너의 그 맑은 향기로 해서/천지의 봄을 깨달았나니’(강희맹의 시 중).
이 책은 삼국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매화를 주제로 한 시와 산문들을 모아 엮었다. 우리 선인들이 매화와 함께 하면서 어떻게 매화의 지조있는 삶을 배우고 그 향취 가득한 삶을 살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에 매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등장하지만,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퇴계 이황이다. 도산서원 한 구석에 매화를 심어놓고 꽃이 필 때면 달이 이울도록 꽃나무 곁을 빙빙 돌았던 퇴계, 병이 위독해지자 깨끗지 못한 모습을 매화에게 보일 수 없다며 매화분을 다른 곳으로 옮기게 했던 퇴계, 유언으로 “매화분에 물 잘 주라”는 말 한 마디를 유언으로 남겼던 퇴계. 그가 매화에 관한 시를 남기지 않을 리 없었다.
‘산창에 기대서니 밤기운이 차가워라/매화 핀 가지 끝에 달 올라 둥그렇다/봄바람 청해 무엇하리 사득할 손 청향일다’.
봄밤에 잘 어울리는 책. 넘기는 책장마다 매화향이 가득하다. 단원 김홍도의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 전기의 ‘매화초옥도(梅花草屋圖)’ 등 매화를 소재로 한 옛 그림과 다양한 사진이 이 책의 멋을 더해준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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