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한 장난감 박람회. 건드리면 방긋방긋 웃는 아기인형에서부터 스스로 방향을 잡아 기어다니는 거북까지 다양한 장난감들이 전시됐다. 올해 전시된 장난감들의 특징은 ‘얌전하지’ 못하다는 것. 그들은 빛과 소리, 인간의 손길에 끊임없이 반응하면서 웃고 울고 몸을 흔들어 댔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인기가 있는 장난감들은 대부분 첨단 전자장치와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것들로 로봇 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또 이런 장난감들이 대부분 인간의 마음에 끌리도록 디자인되고 있어서 ‘인간형 로봇’의 탄생을 앞당기고 있다고 타임스는 보도했다.
로봇 개발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음성인식 메모리칩 등 장난감에 적용되는 첨단 기술과 이런 기술이 조화를 이뤄 빚어내는 인간과 장난감의 상호작용들. 또 장난감의 ‘친근한’ 디자인을 로봇에 적용시킬 경우 인간을 닮고 이해하려는 ‘인간형 로봇’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친근한 디자인을 이어받은 대표적 사례는 혼다사가 최근 선보인 로봇 ‘아시모’. 로봇이지만 부드러운 곡선과 깔끔한 외장을 자랑한다. 우주비행사를 빼닮은 아시모는 성큼성큼 걸어와 인사를 하고 축구공을 찬 뒤 환호하는 등 온갖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카네기멜런대 로봇공학연구소의 프래딥 코슬라 박사는 “로봇 디자이너들이 최근 들어 사람들의 인기를 끄는 첨단 장난감의 디자인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고 있다”며 ‘인간 친화적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디자인보다는 기능에 초점을 맞춘 로봇도 있다. 1950년대 산업용 로봇의 개척자로 알려진 조셉 F 엔젤베르거가 만든 ‘헬프메이트’는 인간을 돕는 기능이 뛰어난 병원용 로봇. 인간의 모습을 닮은 아시모와는 달리 헬프메이트는 바퀴가 달려있어 병원에서 움직이기에 편리하게 만들어졌다. 이미 미국 유럽 등의 병원 80여곳에서 의료기록과 도구 등을 배달하고 환자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잡아주는 등 ‘맹활약’ 중이다.
세계의 로봇 개발 경쟁을 비교한 책도 최근 출간됐다. ‘로보사피언스: 새로운 종(種)의 진화’라는 책에서 저자 페이스 달루이조는 “미국 연구자들이 ‘인간의 마음을 닮으려는 로봇’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일본에서는 ‘인간의 외모를 닮은 로봇’을 개발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두 요소가 결합하면 로봇 개발 역사상 훌륭한 성배(聖杯)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