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나스닥 상장" 유혹 196억 편법 모집 - 리타워텍 A&D수법

  • 입력 2001년 3월 25일 19시 14분


국내 A&D(인수개발) 원조격인 리타워텍이 기업내용을 심하게 부풀려 편법으로 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미국에 도피중인 최유신(미국명 찰스 스팩만) 회장과 검찰에 구속된 허록 대표이사는 굴뚝기업을 인수한 뒤 인터넷 및 정보통신 사업에 진출한다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검찰은 이들이 주가조작세력과 결탁해 주가를 띄운 뒤 주식맞교환 방식으로 30여개 벤처기업을 인수한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이에 따라 주가는 작년 1월 2000원(액면가 500원) 수준에서 최고 36만원까지 폭등했으나 지금은 5000원대로 추락해 투자자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한편 한국기술투자(KTIC) 방모 사장이 허록 대표와 함께 구속돼 리타워텍 2대주주였던 KTIC의 역할에 의구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시아넷 인수를 둘러싼 논란〓아시아넷은 최유신 회장 주도로 99년6월 조세회피처(Tax Haven)인 버뮤다에 자본금 1334만원 규모로 설립됐다. 허록 대표는 9월 아시아넷의 미국 나스닥상장을 내걸고 196억원을 모집했다. 이 과정에서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H증권 직원들은 뇌물을 받고 회사를 속여가며 리타워텍을 도왔다.

리타워텍의 아시아넷 인수는 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다. 국내에서는 직접적인 주식맞교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룩셈부르크에 서류상 회사(페이커컴퍼니)를 만들어놓고 주식교환에 필요한 자금 13억5000만달러(한화 1조5000억원)가 잠깐 한국을 거쳤다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외자유치를 가장한 편법자금조달이라는 비판이 시작됐고 최유신 회장은 한국이 선진금융기법을 이해하지 못해 생긴 오해 라고 해명했다.

특히 외국계 투자은행인 리만브라더스는 13억5000만달러를 빌려주면서 아시아넷의 주당 가치를 두달만에 18달러에서 154달러로 높혀 평가했고 리타워텍에 대해서도 시가보다 6배나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하며 매수 를 추천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제2의 리타워텍은 누구〓리타워텍 주가가 A&D를 재료로 폭등하면서 바른손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들이 이를 교본으로 삼아 A&D를 추진했다. 그러나 같은 업종에 속한 계열사간 시너지효과를 발휘해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한탕주의를 노린 머니게임 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리타워텍과 마찬가지로 이들이 인수한 자회사는 대부분 초기단계 벤처기업으로 앞으로 2∼3년동안은 적자를 면치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A&D 관련주의 주가급등은 기업실적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고 이면에는 거의 대부분 주가조작세력이 결부돼있다. 리타워텍도 금융감독원이 관련자 4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다른 A&D기업 역시 주가조작혐의가 있어 조사를 받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리타워텍의 사례가 밝혀진만큼 다른 A&D기업도 곧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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