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근 기자의 여의도 이야기]증권사 TV광고 쑥쓰러운 '대박'

  • 입력 2001년 3월 26일 18시 34분


모증권사의 TV광고가 여의도 증권가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광고는 여러 면에서 다른 광고와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흑백톤이라는 것부터가 우선 색다르다. 영화 방송 음악 야구 등 모두 각자 분야에선 최고인 모델들이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재테크에는 문외한”이라고 털어놓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 광고는 자칫하면 묻힐 뻔했다. 김지미, 차인태, 금난새, 선동열씨 등 모델 4명이 모두 처음에는 광고 출연을 거절해 섭외 과정에서부터 난항을 겪었다. 선정된 모델을 놓고 증권사내에서 왈가왈부 말도 많았다.

숱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밀어붙힌 제작팀 덕분에 이 증권사는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김지미씨의 팬이라며 수억원, 수십억원을 들고 찾아오는 노신사들도 적지않다는 얘기다.

‘테크노 뽕짝’으로 유명한 가수 이박사가 등장했던 광고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정신없는 화면에 요란한 음악이 어우러진 이 광고의 시안을 본 임원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광고가 나가자 이 증권사의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위의 두 광고의 예에서 보듯 증권 상품도 소비재처럼 광고를 통한 마케팅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TV광고를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98년 7월에 나온 동원증권 광고가 처음이었다. 증권사들이 TV광고를 안했던 것은 당시까지만해도 일반인들이 주식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

그러던 것이 주식붐이 일면서 불과 2년 남짓만에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99년에 나온 ‘바이코리아’ 광고를 시작으로 증권사들은 본격적으로 광고전에 뛰어들었다.

최근 들어 증권사들의 광고 전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TV 황금 시간대에는 증권사 광고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탁월한 사이버거래 시스템’ ‘우수한 리서치 인력’ ‘세계적 명성’ 등 내세우는 장점도 가지각각이다.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져도 광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증권사 직원에게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불안한데 이렇게 계속 광고를 하면서 손님을 무작정 끌어들여서야 되겠느냐”고 따져봤다.

대답은 간단했다. “빵을 싫어하는 사람이 광고가 마음에 든다고 해서 무조건 빵을 사먹겠느냐”는 것이다. 광고를 내보내는건 회사지만 그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판단이라는 설명이었다. 그의 대답을 듣고나니까 증권사 상품광고의 한 켠에 첨부된 문구가 더욱 크게 눈에 띄었다.

‘이 상품은 실적 배당형 상품으로서 원본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