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광고]볼보, 안전핀으로 안전 차별화

  • 입력 2001년 3월 26일 18시 44분


F1 자동차 경주는 짜릿한 스피드와 아슬아슬한 추월이 묘미. 시동을 걸때의 무지막지한 굉음과 코를 찌르는 휘발유 냄새도 ‘미칠 듯한’ 쾌감이라고 한다. 그런 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의 자동차들은 명품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쌓아 왔다. 사브(SABB)는 항공기 엔진을 만든 기술을 자동차에 접목시킨 차. 폴크스바겐은 작지만 빈틈없는 차, 즉 작은 벤츠로 인식돼 있다. 이런 인식은 하루 아침에 형성되지 않았다. 명차들은 나름의 이미지를 쌓기 위해 오래동안 광고를 포함한 장기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한마디로 브랜드 관리에 힘써 온 것. 그 브랜드 관리를 통해 개개의 브랜드는 경쟁력 있는 자산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볼보라는 자동차는 ‘안전한 차’로 명성을 굳혔다. 명성을 얻기 위해 볼보는 안전성을 위주로 꾸준한 광고 활동을 벌였다. 그리고 그 결과 ‘안전핀(safety pin)’이란 메타포(은유) 하나만으로 안전성을 상징해 내는 크리에이티브(창의성·독창성)의 극단에까지 다다르게 됐다. 어찌 보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군더더기 하나 없는 광고이지만, 이면엔 안전성에선 볼보를 따를 차가 없다는 자신감이 꽉 차 있다.

만약 다른 차들이 이런 시도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이디어의 장난 정도로 비춰졌을 것이다. 볼보만큼 안전성을 자산으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뛰어난 아이디어의 극단으로 보이는 이 광고의 크리에이티브는 제품이 가진 특장점과 그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오랜 마케팅 활동의 굳건한 뿌리에서 많은 영양분을 섭취한 결과이다.

크리에이티브만으로 튈 수는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이루어져야 할 것은 제품의 차별화다. 차별화된 제품으로 인식되지 않는 한 크리에이티브만으로 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김 홍 탁(광고평론가·제일기획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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