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관점에서 볼보라는 자동차는 ‘안전한 차’로 명성을 굳혔다. 명성을 얻기 위해 볼보는 안전성을 위주로 꾸준한 광고 활동을 벌였다. 그리고 그 결과 ‘안전핀(safety pin)’이란 메타포(은유) 하나만으로 안전성을 상징해 내는 크리에이티브(창의성·독창성)의 극단에까지 다다르게 됐다. 어찌 보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군더더기 하나 없는 광고이지만, 이면엔 안전성에선 볼보를 따를 차가 없다는 자신감이 꽉 차 있다.
만약 다른 차들이 이런 시도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이디어의 장난 정도로 비춰졌을 것이다. 볼보만큼 안전성을 자산으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뛰어난 아이디어의 극단으로 보이는 이 광고의 크리에이티브는 제품이 가진 특장점과 그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오랜 마케팅 활동의 굳건한 뿌리에서 많은 영양분을 섭취한 결과이다.
크리에이티브만으로 튈 수는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이루어져야 할 것은 제품의 차별화다. 차별화된 제품으로 인식되지 않는 한 크리에이티브만으로 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김 홍 탁(광고평론가·제일기획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