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에서 거품이 이는 데. 색깔도 검어진 것 같고.” 그런 날은 마음이 언짢다. 환경문제도 담당하는 데다 지하수로 생활해서 더욱 예민할 것이다.
물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지는 날은 그래도 가끔이지만 불과 관련된 일로 인한 스트레스는 거의 매일이다. 차창 밖으로 담뱃재나 꽁초를 버리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는 늘 ‘역시나’로 끝난다. 사진 찍어 신고하면 돈도 준다는데 그렇게라도 해볼까.
그럴 땐 나도 담배연기로 공기를 오염시키게 된다. 그리고 ‘금붕어나 열대어도 너무 편하면 죽는다’라거나 ‘호박넝쿨도 흔들어줘야 호박이 잘 여물고 실해진다’는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달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필요하다는 말이 아닌가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든 한두 가지는 갖고 있게 마련이다. 목욕, 영화나 음악 감상, 책읽기, 그림 그리기, 바둑, 인터넷 채팅에 몰입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소리를 질러 마음속의 찌꺼기를 쓸어내 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스트레스해소의 요체는 기분전환이다. 그 방법에 빠지지 않는 것이 스포츠 참여나 스포츠 관전이다. 산에 오르기, 달리기, 수영, 에어로빅스 등 운동은 물론 스트레스해소 차원보다는 건강과 즐거움을 위한 활동이다. 하지만 건강과 즐거움은 바로 스트레스와 상치되는 개념 아닌가.
그런데 요즘 스포츠는 즐겁게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심심찮게 많다. 스포츠 관전 얘기다. 4월 일본 오사카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는 탁구계의 분란이 대표적이다. 10년 만에 남북한 탁구 단일팀 구성 합의에도 불구하고 신임회장 문제로 불거진 탁구협회 내분으로 선수단 구성이 원활한 상태가 아니라니 정말 딱하다.
프로 스포츠에서도 우리를 답답하게 하는 일이 잇따른다. 프로농구 20일 경기에서는 반칙이 무려 58개나 나왔다고 하며, 선수끼리의 욕설에다 선수들과 감독이 심판에게 삿대질까지 했다니 그게 스트레스 제공 아니고 무엇인가. 프로축구의 일화구단이 연고지 문제로 성남시와 벌이는 갈등도 잘잘못은 가려져야 될 터이지만 관중의 입장에서 즐겁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의료보험 재정 파탄 등 가뜩이나 스트레스가 많은 시점이다. 엊그제 축구장에는 10여만명이나 모였다는데 그 많은 관중이 바라는 바는 뻔한 것이다. 스포츠가 스트레스를 주면 그 설 곳을 잃는다.
윤득헌 <논설위원·체육학박사>dhyoon@donga.com
▼알림▼
‘윤득헌의 스포츠세상’이 본면의 지면개편에 따라 27일자 제56회로 끝을 맺습니다. 본 칼럼은 2000년 1월25일 첫회 이후 1년2개월 동안 전문 스포츠 칼럼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윤득헌의 스포츠세상’에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구독
구독
구독 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