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행정부의 고위직에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계가 잇달아 진출하고 있으나 아직 한국계의 기용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백인, 부자, 남성 중심의 당’이라는 세간의 평을 바로잡기 위해 역대 어느 정권보다 소수계와 여성을 중용하면서 ‘다양성’에 초점을 맞춰 행정부 진용을 갖추고 있다.이 과정에서 아시아계가 잇달아 중용되고 있는 것. 전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네타 장관이 아시아계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연방정부 각료(상무장관)로 발탁됐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부시 행정부의 아시아계 중용은 이제 미국의 주류 사회에 아시아계가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在美) 한인사회엔 미국의 주류사회로 진입하는 ‘티켓’이 아직은 배당되지 않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예일대 교수이던 해럴드 고(한국명 고흥주)가 한인으로선 연방정부의 최고위직인 국무부 인권 담당 차관보로 등용되는 것을 지켜보며 긍지를 느꼈던 교민들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정·관계의 전현직 주요 한인 | ||
이름 | 직함 | 비고 |
해럴드 고(고흥주) | 전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 | 한국계 최고위직 기록, 현 예일대 법대 교수 |
정동수 | 전 상무부 서비스 및 금융 담당 부차관보 대행 | 민주당 |
진교륜 | 전 보훈처 차관보 | 현 한미 공화당전국협회 회장 |
웬디 그램 | 전 선물거래위원장 | 필 그램 상원의원의 부인 |
임용근 | 오리건주 상원의원 | 공화당 |
신호범 | 워싱턴주 의회 부의장 | 민주당, 주 의회에서 한인으론 최고위직 |
김창준 | 전 연방 하원의원 | 공화당, 3선 역임 |
부시 행정부의 아시아계 인사 | |||
이름 | 직함 | 출신 국가 | 비고 |
노먼 미네타 | 교통부 장관 | 일본 | 민주당, 아시아계 최초의 장관(클린턴 행정부 때 상무부장관으로 입각) |
일레인 차오 | 노동부 장관 | 대만 | 미치 매코넬 상원의원의 부인, 교통부 차관 역임 |
데이비드 추 | 국방부 인사 및 현대화 담당 차관(내정) | 중국 | 국방부 차관보 역임 |
물론 장관을 제외한 임명직에 대한 후속 인사가 계속 진행중에 있으므로 아직은 한인들이 부시 행정부에 들어갈 기회가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다.
공화당 필 그램 상원의원의 부인으로 과거 선물거래위원장을 지낸 웬디 여사를 필두로 몇몇 공화당계 한인들이 작은 연방기구의 차관급이나 차관보급으로 기용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이 교민사회에 나돌고 있다.
한국계가 일본계나 중국계 등에 비해 행정부 고위직에 진출이 늦은 가장 큰 이유로는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이민 역사가 짧다는 점이 꼽힌다.
해럴드 고 전차관보는 1월 퇴임 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한인은 6·25전쟁 이후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기 때문에 아직 2세들이 고위직에 진출할 나이에 이르지 않았다”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이민 1세는 언어 장벽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데다 생업에 몰두하느라 관직진출의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결국 미국에서 태어나고 고등교육을 받은 2세들이 대신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한인 2세는 아직 40대가 안돼 고위직에 발탁될 만한 경력을 쌓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 주미(駐美)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교민들이 대학교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을 선호하고 정계나 관직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한 요인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는 베트남 전쟁이 끝난 197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이민을 오기 시작한 베트남계의 경우 행정부 하위직에 대거 진출해 차근차근 기반을 쌓아가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대비가 된다는 것.
한편 군부의 경우엔 한국계 대령이 육해공군에 모두 11명이나 돼 머지않아 한국계 장성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아시아계 장성으로는 일본계인 에릭 신세키 육군참모총장이 유일하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아시아계 미군 복무자 현황’에 따르면 위관 및 영관급 장교의 경우 한국계 703명, 일본계 492명, 중국계 439명, 베트남계 271명으로 한국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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