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복제양 돌리 비만증세 보여

  • 입력 2001년 3월 26일 18시 44분


1997년 영국에서 태어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복제 양(羊) ‘돌리’가 점차 뚱뚱해지고 있다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상적인 성장 과정의 하나로 봐야 할까, 아니면 복제에 따른 부작용으로 봐야 할까.

미국의 뉴욕타임스지는 25일 “돌리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지만 점차 뚱뚱해지고 있어 다른 양들과 떼어 놓고 식이요법을 실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돌리의 증세가 복제에 따른 부작용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돌리 이후 복제로 태어난 소 쥐 염소 돼지 등 다른 동물들에서 예측치 못한 ‘무차별적 오류(randomerrors)’가 나타나고 있어 전문가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는 것.


이는 복제로 건강한 동물을 만들어내기가 생각만큼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이같은 오류들이 복제와 관련이 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 원인과 해결방식을 찾아내야 하는 또다른 과제를 안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타임스지는 과학자들이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인간복제를 다시 생각하고 있으며 윤리적인 논란을 떠나 실제로 복제 인간에게서 나타날지도 모를 치명적이고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제된 쥐들의 경우 인간수명으로 따져 30세가 될 때까지는 정상적으로 성장했으나 이후 일반 쥐와 같은 양의 음식을 먹고도 살이 너무 찌는 이상현상이 보고됐다. 또 일부 복제 쥐의 경우는 제때 눈을 뜨지 못하거나 귀를 움직이는 시기가 늦어지는 발달장애 현상도 나타났다.

복제된 소들에서도 일부 비정상적인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보통 소와 비교해 심장이나 폐가 더 큰 소가 태어나기도 하는데 이런 소들은 잘 자라지 못한다는 것.

동물 복제는 현재 3% 정도만 성공하고 있다. 그나마 복제로 태어난 동물 가운데 상당수는 유전적 결함으로 판단되는 발달장애 심폐이상 면역기능저하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복제기술은 무차별적인 오류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돌리를 비롯해 각종 동물의 복제에 이용되고 있는 방법은 체세포에서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핵을 추출한 뒤 이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주입하는 ‘세포핵 이식법’. 난자가 체세포의 유전정보를 재프로그래밍해 유전적으로 똑같은 동물을 태어나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아직 난자가 체세포의 유전정보를 재프로그래밍하는 과정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현재의 복제기술은 정상적인 경우 수개월 내지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난자의 유전자 재프로그래밍 과정을 단 몇 분에서 몇 시간 내에 마치는 것이어서 유전적 결함을 초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상당수 과학자들은 이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에 인간복제를 시도하는 것은 무모하고 무책임한 것이기 때문에 시도해선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복제를 옹호하는 일부 학자들은 사람의 경우 시험관 아기를 키워본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인간복제가 다른 동물의 복제보다 오히려 쉬울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하원은 28일 윤리학자와 과학자들을 불러 인간복제에 관한 청문회를 열 예정으로 있어 인간복제를 둘러싼 과학적 윤리적 문제들이 포괄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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