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0’으로 돼 기록돼 있는 홈런 숫자. 99년 시즌 홈런 신기록(54개)을 세울 정도로 그는 국내의 대표적인 슬러거 중 한명이지만 시범경기 10게임 동안 단 한개의 홈런도 쳐내지 못하고 있다. 2루타도 불과 1개.
한데 타율은 오히려 0.343(35타수 12안타)에 이를 정도로 타격감은 좋은 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바로 올 시즌부터 바꾼 타격폼에 ‘열쇠’가 있다.
지난해까지 특유의 외다리타법을 고수하던 이승엽은 올해부터 타격시 허리까지 치켜들던 오른발을 내렸다. 이 타법에 대한 투수들의 집중견제가 갈수록 심해짐에 따라 이에 대처하기 위해 발을 거의 수평으로 유지한 것.
외다리타법의 약점은 변화구에 대한 배팅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는 점. 특히 이승엽은 몸쪽 스트라이크존에서 밑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많은 허점을 보였다. 지난해부터 투수들은 이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다 안 속으면 볼넷으로 거르는 형태로 승부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리를 내린 이승엽은 새로운 폼에 비교적 잘 적응했다. 직구건 변화구건 타이밍을 제대로 맞춰 안타를 뽑아냈지만 문제는 파워. 그는 “방망이에 힘이 안실린다. 전에는 오른다리를 크게 내디디면서 한번에 힘을 모을 수 있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연습경기 9게임을 포함하면 실전 19게임에서 홈런은 단 한 개에 불과하다. 지나치게 장타가 안 터지자 마음이 조급해진 이승엽은 지난주부터 슬그머니 오른쪽 다리를 조금씩 올리고 있다. 종전처럼 완전히 다리를 올리는 것은 아니고 지난해와 올해 타격폼의 ‘절충안’쯤 된다.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이승엽은 “폼을 바꾸기 전 배팅파워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은 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직 시범경기라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진 않지만 다시 지난해 폼으로 돌아갈 생각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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