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스펠드 장관의 보고는 태평양이 미국 군사활동의 주요무대가 될 것이라는 이유로 러시아의 쇠퇴와 강력한 중국의 등장을 들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중국을 의식하는 정책을 취한다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미―중(美―中)간의 갈등을 격화시킬 것이며 한반도는 직접 그 갈등의 영향권 아래 들어갈 것이 뻔하다.
이 보고는 또 이른바 불량국가들이 대량살상무기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사활적인 관건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럼스펠드 장관은 불량국가들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레이더 추적이 불가능한 항공기와 전함의 개발까지 주장하고 있다. 불량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대응정책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럼스펠드 장관의 주장이 앞으로 북―미(北―美)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로서는 당연히 주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북―미관계는 부시행정부 등장 이후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미국의 대북(對北)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이기는 하나 북한을 불량국가로 보는 워싱턴의 시각은 클린턴 행정부 때보다 한층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북한의 미사일문제 등이 풀리지 않을 경우 북―미관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하겠다는 부시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번에 럼스펠드 장관이 보고한 것과 같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확정될 경우 그것은 미국 내뿐만 아니라 관계국들의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특히 한반도 주변 4강국간에는 새로운 대치관계가 형성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강대국들간의 무분별한 패권경쟁이 우려되는 것이다.
이처럼 한반도 주변 상황은 변하고 있다. 우리의 새 외교안보팀은 국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철저한 대외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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