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문화도 월드컵시대]4명중 3명 안전띠 착용 안해

  • 입력 2001년 3월 26일 18시 53분


《“한국에서 교통사고로 매년 1만명 이상이 숨지는데 영국의 경험에 비추어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을 알려주시죠.”

“한국의 운전자들은 안전띠를 얼마나 착용합니까?”

“안전띠 착용률이 매우 낮습니다. 20% 내지 30% 정도입니다.”

“안전띠 착용률을 최소한 80% 이상으로 높이면 교통사고 사망자가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교통 안전 선진국인 영국의 교통부를 방문, 교통안전 담당자 리처드 존스에게 조언을 구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려면 무슨 비법이나 거창한 대책보다 이처럼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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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교통사고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에서 최악의 수준을 면하지 못하는 원인은 간단하다. 안전띠를 매지 않기 때문이다.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5월 전국 25개 도시 운전자 1만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안전띠 착용률은 24% 수준에 불과하다.》

▼교통사고율 OECD국가중 최악▼

코리아리서치가 월드컵을 개최할 10개 도시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조사한 결과에서도 안전띠 착용률은 23%로 나타났다.

운전자 4명 중 1명이 안전띠를 매고 나머지 3명은 매지 않는다는 얘기다.

운전자만 아니라 고속버스나 관광버스를 타고 가는 승객도 안전띠를 매지 않는다.

수학여행길에 버스를 타고 가는 학생들이 안전띠를 매는 경우는 드물며 운전자나 교사가 안전띠를 매라고 지도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안전띠를 매지 않은 결과는 매우 비극적이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1만여명이 교통사고로 숨지는데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를 제외하고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차안에서 죽는 사람이 4000명을 넘는다.

이들이 모두 안전띠를 매고 있었다면 최소한 1500명 이상은 목숨을 구했을 것이다.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이 안전띠를 맨다면 사고로 버스가 구르더라도 부상만 할 뿐 사망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은 대부분 구르는 버스 안에서 짐짝처럼 이리저리 부딪치다 숨진다.

▼벨트 착용땐 사망률 45% 감소▼

미국안전협회(NSC)는 안전띠를 착용할 경우 사망률이 무려 45%나 감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세계에서 최초로 안전띠를 자동차에 부착한 회사는 스웨덴의 볼보자동차다. 이 회사의 자동차안전 전문가 크리스터 구스타프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안전띠를 만든 나라입니다. 운전자 안전띠 착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9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스웨덴의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는 1.2명으로 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그는 한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만일 한국의 안전띠 착용률이 스웨덴과 비슷해진다면 한국의 교통안전은 곧 OECD에서 상위 수준으로 높아질 것입니다.”

월드컵 개막을 1년2개월 앞둔 시점에서 만일 일본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에 가면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이 일본보다 6배나 높다고 알린다면 한국에 올 관광객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교통안전은 국가 위상이나 관광객 유치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선택 아닌 필수" 의식개혁 필요▼

단기간에 우리나라의 교통안전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데는 안전띠 착용률 향상이 가장 효과적이다.

운전자들은 안전띠를 착용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교통사고율을 낮춰 교통안전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도록 도와주는 길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은 최근 교통안전표어를 심사한 결과 5000여편의 응모작 중 다음 표어가 최우수작으로 뽑혔다. 자신을 보호하고 가족을 지키려면 꼭 알아둬야 할 내용이 아닐까.

“안전띠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설 재 훈(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안전띠에 대한 오해
오 해정확한 사실
안전띠는 고속으로 달릴 때만 필요하다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80%가 시속 60㎞ 이하로 달리다 일어난다
차량 화재나 물에 빠진 경우 안전띠를 매면 더 위험하다화재 및 수중 추락사고는 전체 교통사고의 0.5%에 불과하고 머리가 계기반에 부딪쳐 의식을 잃은 뒤 살아난 예가 거의 없다
자동차가 구를 때는 차량 밖으로 튕겨나가는 게 낫다차량 밖으로 튕겨나간 사람은 좌석에 고정된 사람보다 사망확률이 25배 더 높다
안전하게만 운전하면 안전띠를 맬 필요가 없다자신은 안전하게 운전해도 전체 사망자의 절반이 다른 운전자의 차에 받혀서 사망한다

▼당신의 안전운전 상식/앞차보다 먼저 U턴-좌회전하면 안돼▼

모든 자동차는 중앙선이 설치된 도로에서는 도로의 우측부분으로 통행해야 하며(도로교통법 제12조) 뒤차는 앞차보다 나중에 좌회전 또는 U턴해야 한다.

앞차 ②가 중앙선을 넘어 U턴하는데 뒤쪽에서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하는 차량 ①과 충돌할 경우 뒤차 ①이 ‘회전위반’으로 가해차량이 된다.

이때 두 차량 모두 중앙선을 침범했지만 반대방향 차량과 충돌한 것은 아니므로 ‘중앙선 침범’ 대신 ‘회전위반’이 적용된다.

▽자문위원단〓내남정(대한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특별취재팀〓오명철차장(이슈부 메트로팀·팀장) 이인철( 〃 ·교육팀) 송상근( 〃·환경복지팀) 서정보(문화부) 이종훈(국제부) 송진흡(이슈부 메트로팀) 신석호기자(사회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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