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순의 일본TV읽기]사생활 엿보기 프로 뒷맛 씁쓸

  • 입력 2001년 3월 26일 19시 13분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58분. TV 아사히에서 두 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완전결착, 의미있는 인생’이란 프로그램은 출연진의 생생한 이야기로 늘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남편에게 매맞는 아내, 만삭의 임산부 앞에 당당하게 나타나는 남편의 애인, 4년간 여대생과 사귀면서 한편으로는 33세의 유부녀와 불륜 관계를 맺고 있는 21세의 청년, 외동딸이 외국(이란) 남성과 허락없이 결혼해 6년만에 눈물로 용서를 구하는 일 등.

24일 프로에는 모두 네 팀이 출연했다.

맨 처음 등장한 케이스는 20년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다는 주부. 그는 이혼 서류까지 갖고와 게스트들이 보는 앞에서 이혼 도장을 찍으라고 남편에게 요구했다. 게스트들도 이에 합세해 폭력을 그만 두든지, 아니면 이혼하라고 요구했다. 남편은 머뭇거리며 변명하다가 주위에 아군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알고 도장을 찍는다.

두 번째는 만삭의 여성 앞에 나타난 남편의 불륜 상대. 그는 당당하게 “당신의 남편을 사랑하고 있고 결혼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를 보고 임산부보다 더 화난 기혼자 여성 탤런트는 “이래도 되는거냐”며 따지고 남자에게도 확실한 태도를 취하라고 다그친다. 이에 노력해 보겠다는 남자의 대답. 그러자 게스트들이 더 화를 냈다.

세 번째는 4년간 여대생과 33세의 유부녀와 동시에 연인 관계를 맺고 있는 뻔뻔한 21세 남성의 이야기. 미혼인 남녀는 화면에 얼굴이 그대로 나가고 유부녀인 가즈코라는 여인의 얼굴만 모자이크 처리됐다.

그런데 게스트들을 몹시 화나게 만든 것은 이 남성의 태도. 어느 여성을 선택하겠느냐는 게스트들이 묻자 그는 두 여성에게 “얼마만큼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되물었다. 화난 50대의 사회자가 “젊은 사람이 왜 그리 우유부단하냐”고 큰소리로 야단쳤다.

더욱 기막힌 것은 이 남자의 선택이다. 33세의 유부녀가 이혼을 각오하고 왔다면서 이혼서류를 보여주자, 그때까지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있던 그가 여대생을 택한 것이다. 역시 유부녀는 그냥 즐김의 대상이었던 것. 이를 지켜보던 게스트들이 혀를 끌끌 찼다.

마지막 출연자인 이란 남성과 일본 여성 커플은 사위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용서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외국인을 싫어하는 장인을 위해 종교와 이란의 모든 관습을 일본식으로 바꿔야 했다.

이렇듯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사연이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라는 점 덕분에 높은 시청률을 얻고 있다. 게다가 가끔 삼각 관계의 아내와 애인이 서로 싸우는 모습이 여과없이 방송돼, 시청자들에게 안방에 앉아 남의 집 싸움을 구경하는 흥미를 주고 있으나 마냥 개운치는 않다. <재일 르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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