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취업-고수익 미끼 '피라미드' 판매 조직 조심

  • 입력 2001년 3월 26일 19시 22분


"피라미드 판매회사에서 일한 뒤 남은 것은 패배와 아픔밖에 없다. 돈잃고 친구잃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잃었고 돈주고도 살 수 없는 신용도 잃었다. 피라미드 판매로 말처럼 쉽게 돈벌수있는 것도 아니고 잘못하면 사기꾼이 되기 쉽다"

지난해 D대를 졸업한 김모(29)씨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지난 10월 고등학교 동창생의 소개로 다단계업체인 A회사에 회원으로 들어갔다. 최씨는 직급만 올라가면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필요도 없는 정수기와 생필품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두달만에 가족과 친척으로부터 1600만원이 넘는 돈을 끌어다 쓰게 됐다.

26일 인터넷 취업사이트 인크루트에 따르면 불경기로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미취업자와 실직자를 대상으로 한 피라미드업체들이 취업을 가장한 취업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크루트의 취업정보 게시판에는 대졸 미취업자들이 피라미드 조직에서 당한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최근 늘고 있다. 게다가 사업자들은 구직중이거나 휴학중인 대학생들에게 접근해 대대적인 사업 확충에 나서고 있어 피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피해사례=피해자들은 취업, 교육비 등의 목적으로 월수입 1000만원이란 허황된 꿈에 사로잡힌 나머지 전세금, 등록금 등을 탕진하는 것은 물론 다단계사업에서 빠져나온 이후에도 가족친구로부터 외면당해 정신적인 고통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취업자들은 초기단계에 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한 청약금을 내기 위해 자취방 전세자금, 하숙비 등을 빼내서 사용하고 이를 탕진하고 나면 컴퓨터 등 값나가는 물건들을 팔면서까지 판매 확장에 매달리고 있다.

또 피라미드업체들은 취업을 미끼로 구직자들에게 비인간적인 처우와 근로조건은 물론 입사 당시 약속과 달리 다단계 영업 등을 강요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이택선 안티피라미드 사이트(www.antipyramid.org) 운영자는 " 피라미드 피해자들은 모든 인간관계가 파괴되기 때문에 한창 일할 나이에 대인공포증이나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 증상까지 겪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대책=인크루트 관계자는 "친구,친척으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좋은 사업을 소개해 주겠다’며 일자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없이 며칠 시간을 내서 사업 설명을 들어보자며 교육장으로 데리고 가면 십중팔구 피라미드 업체" 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입 과정에서 피라미드 조직이라는 의심이 들면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보호원, YMCA 등에 문의를 해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YMCA 다단계 감시센터 운영팀 나혜석 간사는 "합법적인 다단계판매와 피라미드 판매조직의 구분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티피라미드 사이트(www.antipyramid.org) 운영자인 이택선씨도 "합법적인 다단계회사도 직급별로 일정 수익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피라미드로 갈 수 있는 위험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피해상담을 원하는 사람은 공정거래위원회상담실 (02-738-8352∼3), 서울시청 소비자보호과 (02-3707-9337-8), 한국소비자보호원 (02-3460-3000, 3030, 3026), 한국방문판매업협회 (02-733-8647, 738-2271), 방문판매업협회 다단계분과 고발센타 (733-8647) 등에 문의 할 수 있다.

박종우<동아닷컴 기자>he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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