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미 소비자들, "증시폭락해도 소비행위 변화 적어"

  • 입력 2001년 3월 26일 19시 36분


미국 애널리스트들은 주가 하락에 따라 가계 자산이 줄어 소비가 위축되는 역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그러나 증시의 폭락이 투자자 개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26일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ABC뉴스와 머니매거진의 1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2%만이 소비행위가 주가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7년의 9%보다는 증가한 비율이지만 주식시장의 붕괴직전인 87년 10월의 13%보다는 소폭 떨어진 것이다.

경제에서 주식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 때보다도 높다. 지난해 3월말 시장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뮤추얼펀드 자금은 12조2000억달러로 연간 개인가처분소득의 178%에 이르렀다. 90년에 가계보유 주식과 뮤추얼펀드 자금이 2조3000억달러로 개인가처분소득의 52%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급증한 것이다.

즉 주식보유자들의 수가 지난 15년간 크게 늘어났지만 소비행위가 주가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적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3월 증시가 최고 호황을 누릴 때 급증한 자산은 16개월만에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자산효과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어려웠다는 분석도 있다.

취리히 그룹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헤일은 "기술주 급등으로 투자자들이 엄청난 수익을 얻었지만 이 현상은 6개월 넘게 지속되지 못했다"며 "기술주가 호황을 맞았을 때 얻어진 수익들은 매우 일시적이어서 경제행위에 주된 변화를 가져올 만한 시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주가하락과 그에 따른 손실은 소비자들의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쉬운 것이 사실이나 소비자들은 개인적으로는 이를 별로 실감하고 있지 않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증시폭락을 경제가 나빠지는 신호로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개인의 재정에 심각한 악영향을 가져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유미<동아닷컴 기자>heav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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