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눈천지 로키 아직도 스키 천국

  • 입력 2001년 3월 28일 19시 07분


콜로라도 로키 마운틴의 봄은 어떤 모습일까. 덴버공항(해발 1601m)에 내리니 로키산은 간데 없고 대신 붉은 빛 감도는 대지가 반긴다. ‘컬러 레드’에서 왔다는 ‘콜로라도’를 실감한다. 해수면보다 1마일(1600m) 높은 고지에 있다해서 주(州)애칭은 ‘마일 하이’(Mile High). 덴버는 대평원의 서벽(西壁)격인 로키의 가장자리, 대평원의 끝에 있는 로키의 관문. I(Interstate)―70 도로를 따라 산에 들어서니 장관이다. 흰눈에 덮인 높이 3000∼4000m급 고봉이 하늘과 땅사이를 수놓는다. 존 덴버의 노래처럼 청아하게….

◇평원으로 숲사이로 다양한 환상코스, 리프트 대신 설상차로 슬로프 이동◇

여기는 시카고 리지(콜로라도주 레드빌시). 해발 3200m의 고지다. 주변은 온통 흰 눈에 뒤덮인 설원 뿐. 아래로 침엽수 빽빽한 숲, 멀리 로키산맥의 장대한 연봉과 능선이 파노라마로 다가 올 뿐이다. 시카고 리지는 알래스카주에서 시작, 북미대륙을 동남방향으로 내리 달리는 대간의 분수령인 로키산맥의 한 능선. 수㎞나 뻗은 능선 아래로는 밀가루 같이 건조한 파우더 스노로 뒤덮인 희디흰 설원이 펼쳐진다. 정면으로는 멀리 서남쪽으로 로키의 산악속에서 콜로라도 로키에서 제일 높다는 마운트 엘버트(해발 4399m)도 보인다.

스키어를 여기까지 데려다 준 스노캣(Snow Cat·설상차)은 벌써 계곡 아래로 사라진지 오래. 주변은 고요하고 적막하기만 하다. 흰눈으로 뒤덮인 설원 한가운데 동그마니 남겨지니 광장공포증이 몰려온다. 기압은 800¤이하. 공기밀도가 낮아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쁘다. 고산증이다. 드디어 다운힐. 밀가루처럼 날리는 눈속에 스키가 깊이 파묻혀 회전은 부드럽질 못하다. 스키는 회전 후반부에나 팁(머리)만 조금 눈밖에 드러날 뿐이다. 그래도 눈을 밟는 느낌은 너무나 좋다. 잠수함처럼 눈속에서 부침을 반복하는 스키는 그 때마다 용수철에 밀려 올려지듯 눈속에서 ‘펑 펑’ 튀어 오른다. 그러면서 눈가루는 회전호 밖으로 퍼져 나간다. 뒤를 돌아 보자. 흠하나 없이 곱디 곱던 설원 표면에 ‘S’자 형상의 슈푸르(스키자국)가 선명하다. 거대한 ‘눈 캔버스’에 스키로 그린 추상화 같다.

설원의 하반부는 침엽수 빽빽한 숲이다. 계곡 아래로 가자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장애물. 그러나 로키의 스키어에게는 이것도 노리개다. ‘트리 스키잉’(Tree skiing) 코스인 것이다. 나무 사이로 요리 조리 빠져 나가며 타는 스키다. 급경사에 바닥마저 고르지 않아 모굴기술만 유용하다. 위험한 만큼 재미가 좋다. 계곡에 내려서니 스노캣이 대기 중이다. 둔중한 설상차는 캐터필러를 돌리며 급경사의 시카고 리지 설원을 다시 느릿느릿 오른다.

이날 스노캣 스키투어 참가자는 12명. 기자와 스키라이터 박수철씨(30·콜로라도 마운틴 칼리지 수학중)를 빼고는 모두가 콜로라도주에 사는 미국인들. 스노캣 스키투어(참가비 225달러)를 1년이나 기다렸다는 마니어들이다. 이날 하루 시카고 리지를 오르내리며 다운힐 한 횟수는 10회. 스노캣 운전자와 패트롤, 미육군 특수부대원 출신의 마운틴 가이드 등 모두 3명이 안내자다. 이들은 매번 다른 곳에 스키어를 내려 주고 각기 다른 풍경과 설질에서 파우더 스키를 ‘기절할 만큼’ 지칠 때까지 타게 한다. 점심도 계곡 아래 숲속에서 직접 차려준다. 시카고 리지 자연설 슬로프의 고도차는 427m, 길이는 460∼1520m.

◇스키 쿠퍼 스키장◇ △시카고 리지〓스키 쿠퍼 스키장의 백컨트리(Back Country·외곽 산악)스키지역. 리프트도 없고 눈사태 위험이 높아 패트롤의 허가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스키 쿠퍼 스키장(www.skicooper.com)〓베일이나 비버크릭 등 주변의 콜로라도 스키장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동네 스키장’(용평리조트 규모)이지만 미국 스키역사의 산실이 된 유서깊은 곳. 아직도 자연설만 사용해 시즌은 11월중순∼3월말로 비교적 짧다. 고도(해발)는 베이스가 3200m, 정상은 3566m(수직 고도차 366m). 50, 60년대 미국의 스키장건설의 주역이며 현재도 미국 스키장업계를 지배하다시피 하는 미육군 제10 산악사단(The Tenth Mountain Division)의 스키부대(대대급) 훈련장이었다. 1942년 이 근방의 캠프 헤일에서 창설된 이 부대는 1945년 1월 독일군의 난공불락 방어기지가 있던 북부이탈리아의 아페닌 산맥의 절벽을 한밤중 암벽등반으로 기습해 독일군 기지를 파괴, 북부 이탈리아를 나치 치하에서 해방시키는 전공을 세웠다. 이 전투는 부대원 992명 전사, 4000명 부상이라는 결과가 말해주듯 치열했다. 그 무용담은 스키장 입구 길가에 세워진 무공탑에 기록돼 있다. 이 부대는 2차대전 종전 후 불기 시작한 미국의 스키장 건설붐의 진원지. 부대가 해체되면서 군용 스키장비가 일반에게 공급됐고 전역한 부대원이 모두 스키장 건설이나 산악 스키가이드로 일하기 시작한 것. 60년대까지 건설된 60개 남짓한 미국의 스키장 개발자가 대부분 이 부대원이었고 현재 콜로라도주 스키리조트 주인과 경영자 중에도 상당수가 이 부대 출신이라고. 알파인 스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한스 슈나이더(오스트리아)도 이 부대 스키강사였다.

◇콜로라도 스키장◇ 콜로라도주 로키산맥은 미국 로키마운틴의 최중심부. 거의 대부분이 미국농림부에 의해 나무 한 그루까지도 철저하게 관리되는 국가삼림지역이며 여기에 포진한 스키장만 27개가 있다. 그 수는 콜로라도주 스키장의 98%. 아스펜 지역의 4곳(에이젝스 하이랜드 버터밀그 스노매스), 베일과 비버 크릭, 코퍼 마운틴, 스팀보드, 브레큰 리지, 윈터 파크, 키스톤, 러브랜드 베이신 앤드 밸리, 아라파보 베이신, 스키 쿠퍼가 대표적인 스키장. 베일은 북미지역 단일 스키장으로는 최대 규모, 가장 늦게 개발된 비버크릭은 ‘스키의 베벌리 힐스’라 불리는 최고급 리조트. 베일 스키리조트는 외곽의 블루베이신 슬로프까지 다녀오는데 꼬박 하루가 걸릴 정도로 거대하기로 유명하다. www.colorado.com

◇콜로라도 스키의 전당◇ 베일 리조트에 있는 스키박물관. 제10산악사단과 콜로라도 스키역사관, 동계올림픽 자료관, 스키와 스노보드 장비의 발달과정을 보여주는 장비전시실 등이 있다. 입장료 1달러. www.vailsoft.com/museum/

◇온천◇ 한밤중에 로키산위로 뜨는 달도 보고 하늘을 수놓는 별빛 아래서 맥주를 마시며 즐기는 야외 온천욕(수영복 착용)은 콜로라도 스키잉의 매력중 하나. 콜로라도주에 25개가 있고 스키장이 집중된 도로 I―70 주변에 3개가 있다. ‘애프터 스키’(스키잉 후 휴식)로 이용에 편리한 곳은 글렌우드 스프링스의 핫스프링풀(유황온천). 계곡에는 섭씨 40도의 스파풀과 섭씨 32도의 초대형 수영장이 노천에 있다. 입장료 8.75달러. www.glenwoodsprings.net

◇항공편◇ 노스웨스트항공(www.nwa.com)은 서울/나리타/미니애폴리스/덴버 구간을 운항한다. 예약문의(서울) 02―732―1700

<조성하 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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