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3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제46회 세계 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이 단일팀으로 참가하기로 한 것은 3월10일 북한을 방문했던 김한길문화관광부장관이 가져온 ‘성과’ 중 하나였다. 비록 구두로만 합의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정부간의 약속을, 그것도 이처럼 비정치적인 문화 체육 분야의 약속을 쉽사리 파기하는 북한의 행태는 어떠한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또 4월3일부터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는 4차 남북 적십자회담도 북측이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북한은 탁구 단일팀 구성 약속을 왜 깼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남측에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완전 합의를 이룩하기 어렵게 된 형편’과 ‘준비상 관계’라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북한이 최근 잇따라 남북간 합의 사항을 깨는 것은 대북(對北) 강경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 부시 행정부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동안 북한은 남북대화에서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키기 위한 평화협정 체결 등 본질적인 문제는 회피하면서 실리만 챙기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남북관계보다 북―미관계를 더 중시하는 태도를 보여온 것이다.
북한이 북―미관계 때문에 남북대화를 정체시키는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6·15 남북공동선언의 핵심은 한반도 문제를 남북이 중심이 되어 해결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6·15 정신에 충실하다면 남북관계를 정체시켜서는 안된다.
북한이 북―미관계에서 성과를 원한다면 오히려 남북관계 개선에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남북 교류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그 성과들이 차곡차곡 쌓여 갈 때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인 인식도 점차 개선되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하는 일이 되풀이되면 국제사회에서 북한은 점점 더 ‘못 믿을’ 상대가 될 뿐이고, 그 불이익은 결국 북한에 돌아간다.
남북관계가 표류하면 북―미관계도 표류할 수밖에 없다. 남북 대화는 하루 빨리 정상 궤도를 되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의 보다 성의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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