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미 선데이’나 ‘레드 바이올린’에서처럼, 이탈리아 영화 ‘캐논 인버스’(원제 The Inverse Canon)에서 음악은 운명적 사랑과 삶의 비극을 유장한 어조로 읊는 내레이터와 같다. 모든 것이 사라진 뒤에도 불멸의 음악은 살아 남아 사랑의 위대함을 증언하고 후손들을 위로한다. 영화음악의 대가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테마곡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자산.
그러나 2차 세계대전과 1968년 소련의 프라하 침공, 현대를 넘나들며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 한 탓일까. 후반부로 갈수록 예노의 비극을 무리하게 엮느라 영화는 점점 장황해지고 갈팡질팡 헤맨다.
원제는 악보의 처음과 끝에서 각각 출발한 두 연주자가 결국 같은 멜로디를 이어받으며 화음을 이루는 돌림노래 형식의 연주곡을 가리킨다. 감독 리키 토나찌. 31일 개봉. 18세이상 관람가.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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