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돌아오라 외국인"애타는 증시

  • 입력 2001년 3월 29일 20시 34분


심각한 수급 불균형을 겪고 있는 국내 증시는 요즘 외국인들의 대규모 추가 순매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금리하락에도 불구하고 고객예탁금은 계속 줄고 있고 기관도 연기금을 제외하면 마땅한 투자재원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국제적인 뮤추얼펀드들의 한국 투자비중이 0.1%만 올라도 그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달해 국내시장에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몰고 올 수 있다.

그래서인지 2·4분기가 시작되는 4월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시장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펀드운용사들이 통상 분기말에 다음 분기 투자배분을 하기 때문이다.

전체 자산의 0.5∼1.5% 가량을 국내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글로벌펀드나 인터내셔널펀드 등은 2·4분기 투자비중 산정을 앞두고 현재 각국의 투자변수들을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 경기회복의 가능성을 높게 볼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높은 시장리스크를 회피하려 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외국인투자, 4월초가 고비〓글로벌에셋자산운용의 강인호 상무는 “펀드운용사들은 투자전략회의를 통해 지역별, 국가별, 자산별 투자비중을 결정하며 이를 기준으로 한 분기동안 시장 움직임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게 된다”며 “4월초 외국인의 동향을 유심히 살펴보면 2·4분기 외국인의 투자패턴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초 외국인이 국내증시에서 3조원을 순매수한 것도 지난해말 펀드운용사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라는 것.

각 펀드 운용사 투자전략회의에서 한국시장에 대한 평가가 좋게 나올 경우 다음달초부터 외국인 순매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지만 평가가 좋지 않아 투자비중이 축소될 경우 수천억원대 순매도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시장리스크 줄이는 게 관건〓외국인투자자들은 현재 한국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리스크가 주가에 이미 반영돼 있고 미국과 일본 등 대외변수도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것.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현대건설과 현대투신 등의 처리가 어느 정도 방향을 잡으면서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고 경기도 상승국면으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어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에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아직도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낙제점을 주고 있어 본격적인 투자비중 확대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증권 정태욱 이사는 “외국인들은 한국정부가 시장 친화적으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이미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 당분간 외국인 매매패턴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미국경기 회복신호만 잡힌다면 순매수 규모를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증권사 이코노미스트도 “부실기업 처리만 제대로 돼 금융불안 리스크가 줄어든다면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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