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자체장 판공비 내역 일일이 베껴서라도 공개"

  • 입력 2001년 3월 29일 23시 22분


충북 청주의 한 시민단체가 일부 기관이 판공비 지출내역 복사본 공개를 거부하자 인력을 동원해 내용을 펜으로 적어오는 ‘필사(筆寫)작업’에 나섰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소속 직원 10명은 28일 오후 1시반 충북도의회를 방문해 4시간반 가량 김진호(金珍鎬)의장 판공비 내역 자료를 일일이 옮겨 적었다.

김의장의 판공비 지출내역서는 지출결의서 지급명세서 영수증 등 모두 700쪽이 넘는 분량. 이에 따라 시민연대 소속 직원 10명 중 절반은 펜으로 내용을 옮겨 적고 나머지는 제대로 적었는지 등을 검토했다.

시민연대가 이같은 방법을 택한 것은 지난달 26일 도의회와 도내 11개 시군의회에 대해 의장의 판공비 사본 공개를 요청했으나 모두 한결같이 열람은 가능하되 복사해 가져갈 수는 없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

시민연대측은 이처럼 많은 분량의 자료에 대해 열람만 허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공개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나 다름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연대측은 29일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같은 인원을 동원해 청주시의회 곽달영(郭達榮)의장의 판공비 내역을 적어오는 작업을 했다.

시민연대 송재봉사무국장은 “베껴온 판공비 내역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철저히 분석한 뒤 공개할 계획”이라며 “이미 베끼고 입력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연대는 그러나 충북도교육청 등 교육기관장 및 자치단체장 판공비 내역자료의 경우 분량이 너무 많아 필사 작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소송을 통해 판공비 사본 공개를 요구하기로 했다.

<청주〓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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