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스페셜 '인류 최대의 축제, 쿰브멜라'. 힌두교 최대의 축제라는 쿰브멜라를 최초로 취재한 작품이라는 데 정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흥분의 다큐멘터리였다.
'최대의 축제'라는 수식에 걸맞게 스케일이 대단했다. 인도라는 나라가 워낙 땅덩이도 넓고 인구도 넘치는 나라인 이유도 있겠지만 쿰브멜라를 위해 7천만이 모였다니 그 스펙터클은 엑스트라 몇 만 명을 동원했다고 요란 떠는 헐리우드 영화와는 격이 달랐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행렬이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갠지스강, 이글이글한 태양과 어울려 이 세상 것 같지 않은 장관을 연출했다. 그 광경 속에 꼬질꼬질하게 느껴졌던 인도 사람들이 신성해 보일 정도였다. 보고만 있어도 입이 떡 벌어지는 이 엄청난 축제를 왜 아직까지 몰랐을까? 우리에게 알려진 세계 문화란 어쩌면 참 작고도 좁은 범위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쿰브멜라'는 스케일만 큰 게 아니라 크고 작은 볼거리가 끝없이 펼쳐지는 다큐였다. 일단 나체 수도승들이 시도 때도 없이 뛰어다니고 (시청률을 노리고 일부러 나체수도승만 자꾸 보여주는 게 아닐까 의심했는데 그 숫자가 2만명이라니 자꾸 보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별별 희한한 수도를 하는 수도승들도 부지기수니 어떻게 채널을 돌린단 말인가?
또 7천만이 한번에 몰려들다 보니 피난처를 방불케 하는 먹고 자는 문제는 어떻고. 우리 엄마 말대로 정말 "별 꼴을 다 보는" 판이었다. 그러다보니 저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렇게 생난리인지 절로 궁금해졌다.
그런데 이런 화끈한 볼거리 때문인지 해설이 상대적으로 빈약하게만 들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힌두라는 것에 대해 궁금해졌는데 그 궁금증을 받쳐줄만한 탄탄한 내레이션보다는 쿰브멜라에 대한 정보 제공이 우선이었다. 그러다가 마무리에선 힌두의 다양성, 포용, 망아의 경지를 이야기하니 '이게 뭔 소린가' 싶었다. 아무래도 힌두에 대한 깊은 이해보다는 빵빵한 볼거리를 먼저 소개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인류 최대의 축제 쿰브멜라'는 우리 눈높이를 좁은 한반도에서 저 멀리 인도까지 확! 넓혀준 속시원하고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였다. 선진국의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나 아마존 또는 아프리카의 엽기적인 모습에 익숙해 있던 나에겐 거의 '문화 쇼크'였으니까.
인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덥고 지저분하고 코브라가 항아리에서 나오는 요상한 나라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쿰브멜라'를 보고 나니 사람들이 왜 인도에 열광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디지털 시대, 광속의 시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꿈지럭꿈지럭 갠지스 강으로 가 목욕을 하고 기도를 하는 인도 사람들. 무엇이 그 초라한 사람들을 그렇게 행복해 보이게 만드는 걸까?
사람들이 제시하는 기준에 휩쓸려 매순간 자신을 들들달달 볶으며 사는 내가 참 멍청하게 느껴졌다. 세상에 저렇게나 많은 삶의 방식이 있는데 난 왜 이러고 사나? 나도 조만간 인도로 떠나야할까보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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