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동아일보 모으신 아버지,이제야 그뜻 알겠습니다

  • 입력 2001년 4월 2일 18시 30분


지난달 29일은 한 평생을 오로지 동아일보만 애독하시다가 고인이 되신 친정 아버지의 3주기였다. 동아일보는 우리 가족에게 많은 사연과 교훈을 안겨주었다. 부산에 피란가서 지은 판자집 단칸방에서 아홉식구가 살 때부터 동아일보를 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40여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동아일보를 모았다. 한 장이라도 구겨지거나 찢어지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서 1개월분씩 포장해서 보관했다. 모은 지 10년이 지나면서 보관할 장소가 부족했다. 신문뭉치가 단칸방을 온통 차지하면서 가족들의 불편도 컸다. 더 이상 신문을 모으지 말라고 가족들이 만류했으나 아버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그 후 서울로 이사할 때도 아버지는 신문만은 버리지 못하도록 했으며 신문이 변질되지 않도록 좀약을 놓고 선풍기로 환기까지 시키며 보물을 다루듯이 했다. 아버지의 뜻을 그 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신문을 모은지 20년째 되던 날 그동안 모은 신문을 모 대학에 기증했다. 그 후 10년이 지나서 다시 신문을 기증했다. 그 때에야 귀중한 자료를 모아 후세에 남기려는 뜻을 알고 가슴이 뿌듯했다. 아버지가 하신 일이 얼마나 값지고 보람된 일인지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아버지처럼 꾸준한 노력으로 성실한 결과를 맺으며 살고 싶다. 창간 81주년을 맞은 동아일보의 발전을 기원한다.

서태숙(경기 시흥시 장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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