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송계도 4월을 맞아 프로그램 개편 작업을 마쳤다. 아직 개편이 진행 중인 것은 버라이어티쇼 정도다.
이 때문에 고정 프로에 캐스팅되지 못한 연예인들은 담당 프로듀서를 찾아 눈도장을 찍느라 발바닥이 부르틀만큼 방송사를 순례한다. 하지만 황금 시간대에 방송하는 메인 드라마나 1시간이상 진행되는 대형 프로그램의 출연자는 이미 정해진 상태.
한국 팬도 적지 않은 영화 <러브레터>의 주연 나카야마 미호(中山美穗·30)는 15일부터 시작되는 TBS 드라마 <러브스토리>의 여주인공으로 1년 만에 복귀했고 남성그룹 <킨키 키드 (KinKi Kids)>의 보컬 도모토 고이치(堂本光一·21)도 10일 시작되는 후지TV 드라마 <루키>에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런데 <루키>는 시작하기도 전에 베끼기 혐의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뛰어난 가창력과 윤곽이 뚜렷한 외모, 치솟는 도모토의 인기를 등에 업은 형사물이지만 2주전 시청률 1위을 지키며 끝난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히어로(Hero>를 그대로 흉내냈다는 것이다.
배역도 기무라 타쿠야가 검사인데 비해 도모토가 형사인 점만 다를 뿐 신참 형사가 대선배의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하는 줄거리는 <히어로>의 복사판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일은 후지 TV만 아니다. 2일 NHK에서 시작되는 드라마 <그날 바람처럼>도 <히어로>의 구도를 흉내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라이벌인 두 검사가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며 사건을 해결하는데 ‘검사 드라마’라는 점이 닮았다는 것이다.
봄 개편에는 드라마가 대폭 늘었다. “드라마가 많다”는 비판 때문에 자제해온 드라마 붐이 다시 일고 있는 것이다. 다만 90년대 내내 침체에 빠졌던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세태를 반영하려는듯 ‘샐러리맨 드라마’가 크게 늘었다.
그중 21일 일본 TV에서 시작하는 <내일이 있다구>라는 드라마가 눈에 띈다. 구조조정 대상자로 가득찬 영업 13과의 하마 과장이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결국 최고의 부서로 만들어간다는 줄거리다.
샐러리맨의 사랑과 야망, 좌절과 희망을 패러디한 코믹 드라마다. 개그맨 그룹 ‘다운타운’의 하마짱(浜田雅功·37)이 하마 과장으로, 오시마 유키오(靑島幸男·68) 전 도쿄 도지사가 하마의 상사로 출연하는 점도 흥미롭다.
드라마의 타이틀은 일본인의 사기 진작을 위해 연예인들이 마치 국민가요처럼 부르는 노래에서 그대로 따왔다. 이 드라마도 같은 의도를 가진 셈이다.
(재일 프로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