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장악을 위해서는 온갖 방법이 동원된다. 전체주의 국가들은 정부의 명령을 듣지 않는 모든 언론의 출판을 금지하려고 한다. 미디어는 집권당이나 집권세력, 정부 또는 대통령의 목소리를 낼뿐이다.
지금도 30개 안팎의 국가에서 정보 전달 시스템이 당국에 의해 철저히 통제된다. 여기에는 인터넷도 포함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80여명의 언론인이 단지 ‘불온한 생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옥돼 있다. 또 다른 국가에서는 말 안 듣는 언론인의 입을 막기 위해 보다 교묘한 수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권력자들은 ‘국가안녕 위협’ ‘유언비어 유포’ ‘국가원수 모독’ 등 규정이 너무 모호해서 남용될 소지가 많은 법률을 통과시켜 합법적으로 미디어에 재갈을 물린다.
▼'신종검열'에 시민이 맞서야▼
언론사에 직접 압력을 가하기는 어렵지만 지나치게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배제시킬 필요성을 느끼는 국가에서는 신문인쇄를 국가가 독점하거나 정부를 지지하는 언론사에 정부와 공공기관의 뉴스와 광고를 몰아줌으로써 언론을 통제한다.
언론인들을 위축시키기 위한 명예훼손 소송의 제기도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다. 세무조사는 무서울 정도로 효과적인 언론탄압수단인데도 정부로서는 공개적인 탄압을 할 때보다 비난을 덜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신종 검열’에 맞서기 위해서는 시민이 일어나야 한다. 신문이나 라디오 방송, TV가 할 말을 못하면 정보를 향유할 자격이 있는 시민의 권리 또한 그 만큼 침해되는 것이다.
독재 국가나 전체주의 체제만 언론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을 누르려는 기도는 민주주의 국가, 심지어 민주주의 전통이 오래된 국가에서도 나타난다. 이는 오늘날 많은 나라들이 인터넷에 대해 취하는 태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정보망, 국가를 초월해 운영되는 네트워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국가는 쉴 새 없이 인터넷을 법의 테두리 안에 가두려 한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일찍부터 민주주의의 건강한 운영을 저해하는, 권력자의 언론 장악 위험에 대비했다. 1776년 6월에 채택된 미국 버지니아 인권선언 12조는 “언론 자유는 전제 정부에 의해 억압당하지 않을 자유의 보루”라고 쓰지 않았는가.
미국의 인권선언과 1789년 프랑스 혁명 때 채택된 인권선언부터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비준한 1966년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까지 모든 인권 헌장은 정부와 언론이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연방 수정헌법 1조는 심지어 “의회는 언론 자유를 제약할 수 있는 어떤 법률도 제정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는 언론에 대해 무관심해야 한다는 말인가. 분명히 아니다. 국가는 언론 자유를 누리기에 가장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무엇보다 언론의 비판을 통제하는데 사용돼왔던 언론인의 구금 위협을 없애야 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유엔 특별 보고관은 “자신의 의견을 비폭력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 것은 심각한 인권유린”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별 보고관은 또 언론이 끼친 피해 때문에 언론에 부과되는 벌금 액수는 피해자가 당한 피해와 어울리지 않게 많아서는 안된다고까지 규정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미디어의 유통이나 출판을 중단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벌금형이 사용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법치국가에도 언론위협 상존▼
국가가 언론에 덜 관여할수록 언론은 더 건강해진다. 하지만 정부가 이익집단들이 언론에 행사하는 폭력을 용인하는 곳에서 언론 자유는 있을 수 없다. 많은 계약과 협정, 국제조약이 언론자유의 한계를 규정하지만 그 한계는 법에 의해 규정돼야 하며 민주사회의 상식에 부합돼야 한다.
언론 자유는 항상 보호돼야 하며 더욱 더 발전해야 한다. 시민들은 언론 자유가 잘 지켜지는 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법치국가에서도 공권력이 ‘제4의 권력’(언론)을 두려워하는 만큼 언론을 장악하려는 기도가 상존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로베르 메나르(국경없는 기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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