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의 하역작업을 도맡아 하는 경인항운노조(위원장 이강희)와 기아자동차가 요즘 힘겨운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인천항을 통해 수출된 총 55만여대의 차량 중 절반인 29만여대에 이르고 있어 인천항 수출 물동량의 비중있는 ‘화주’로 꼽히고 있다.
기아차는 인천항 철수를 아직 공식적으로는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달 20일경부터 인천항 야적장에 보관중이던 수출차량 300여대를 빼내가는 등 인천항 이용비율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인항운노조는 이에 대해 “기아자동차가 올해 25만대 수출물량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어기고 인천항 이용을 거부하고 있다”며 “기아자동차 계열그룹인 현대상선 등 현대계열사 제품에 대한 하역작업 일체를 거부하겠다”고 결의한 상태다.
‘화주’와 하역 근로자들의 이같은 대립은 인천항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물동량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
인천항의 최대 경쟁상대로 떠오르고 있는 항만은 경기 평택항.
기아자동차도 이 곳에 ‘전용부두’를 설치해 수출차량의 선적작업을 벌이기로 했고 사료 양곡 등의 화물도 8월경 추가로 문을 열 평택항 서부두로 이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
경인항운노조 관계자는 “기아자동차가 평택항으로 이전하면 하역 근로자의 임금 손실이 연간 30억원 이상에 달하게 된다”며 “지난해말부터 인천항의 일감이 급속히 줄어들어 요즘 체선체화(하역작업 지체)현상이 아예 생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수출입 물량의 79%를 차지하던 인천항은 화물선이 밀리는 체선율이 높고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 항만 이용료가 비싼 항구로 유명하다. 더구나 인천항 주변의 북항과 남항 등 현대식 항구개발이 몇 년째 지체되고 있고 항만 이용료가 싼 평택항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면서 안팎으로 도전에 직면한 셈.
인천항만하역협회 송한섭 이사장은 “현재의 여건이라면 인천항의 물량을 평택항 목포항 등으로 뺏길 것이기 때문에 항만의 기계화 현대화가 필수적이며 북항과 남항이 조속히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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