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신차리고 알뜰주부의 자세로 돌아가면 전 문닫기 직전의 백화점 식품매장을 좋아합니다. 문닫기 전이면 그날 만들어놓은 요리들을 싸게 싸게 팔아치우거든요. 그래서 평소 "아유, 조만큼에 만원이라니 사야 되나, 말아야 되나..." 갈등했던 것들을 부담없이 살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아리랑 노래를 들으며 식품매장을 어슬렁 거리던 제 눈을 확 사로잡는 메뉴가 있었으니 그 이름도 솔깃한 '다이어트 샐러드'. 빵빵한 배를 어루만지며 "조게 어째서 다이어트 샐러드인고?"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과랑 고구마, 단호박을 요구르트 드레싱으로 버무린 샐러드더군요. 원래는 100g에 1,500원인데 한 팩에 2,500원에 판다길래 냉큼 사가지고 왔죠.
집에 와서 요걸 남편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을까, 아님 혼자 먹어버리고 증거도 없애버릴까 고민하다가 일단 한 입만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이어트 샐러드 진짜 맛있더라구요. 사과는 새콤하고 고구마는 부드럽고 단호박은 달콤하고 요구르트 드레싱은 또 얼마나 상큼한지...결국 다 먹어치우고 백화점 봉투랑 팩도 다 치워버리고는 배 두들기며 흐뭇해했죠.
보통 샐러드는 살이 안찌는 다이어트 요리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도 않다는 건 다 아시죠? 양상추나 오이를 드레싱 없이 먹어야 다이어트 요리지, 양상추, 오이에 햄도 넣고 치즈도 넣고 땅콩, 건포도에 마요네즈까지 듬뿍 곁들이면 절대 다이어트 식품은 아니라네요.
이 백화점표 샐러드가 '다이어트 샐러드'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과, 고구마, 단호박에 모두 섬유질이 풍부해서가 아닐까 싶네요.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을 먹어야 변비도 없어지고 피부도 고와진다잖아요? 봄이 왔다구 다들 뽀시시한 피부,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며 살랑거리는데 나만 올챙이배에 피부도 거칠고 칙칙하면 얼마나 화딱지 나겠어요. 미리미리 알아서 먹는 것부터 챙겨야지요.
다이어트 샐러드는 만들기도 참 쉬워요. 사과는 깨끗이 씻어서 빨간 껍질이 보이도록 썰어주면 더 예쁘구요, 고구마랑 단호박은 껍질을 깨끗이 벗겨서 요리하는 게 먹을 때 부드러워요. 하지만 고구마랑 단호박을 너무 푹 찌면 요구르트 드레싱과 버무릴 때 뭉개져서 샐러드가 지저분해지겠죠? 아, 백화점에서 사온 샐러드엔 포인트로 건포도가 뿌려져 있더라구요. 제 입맛엔 건포도를 빼버리는 게 나은 것 같긴 했어요.
올 봄엔 다이어트 샐러드 먹고 살도 빼고 피부도 고와져서 유행이라는 핑크색 옷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싶은데...아까 저녁도 배 터지게 먹었으니 할 말 없네요.
***진짜 살이 빠질까? 다이어트 샐러드 만드는 법***
재 료 : 사과 반개, 고구마 1개, 단호박 1/8개 정도, 플레인 요구르트, 꿀 1작은술,
소금 1/2작은술, 식초 1작은술, 레몬즙 조금
만들기 : 1.고구마와 단호박 껍질을 깨끗이 벗겨 깍둑썰기한다
2. 썰어놓은 고구마와 단호박을 살캉할 정도로 찐다
3. 사과를 깨끗이 씻어 껍질째 깍둑썰기한다
4. 플레인 요구르트에 꿀과 소금, 식초, 레몬즙을 넣어 섞는다
5. 찐 고구마, 단호박을 식힌 후 사과와 함께 요구르트 드레싱에 버무린다.
ps. 맛있는 요리가 딱 일인분밖에 없다, 여러분은 남편을 위해 남겨놓나요, 아님 홀랑 먹어버리나요? 이런 상황이 오면 너무 갈등돼요. 그 옛날 아낙네처럼 밥상보 덮어놓고 지아비를 기다리는 게 옳은지, "먹을 복도 없군..."하며 내 입부터 챙기는 게 약은 건지. 맛있는 걸 좋아하는 전 이 문제를 영원히 풀지 못할 것 같아요...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