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윤배/정보 소외층 적극 지원하라

  • 입력 2001년 4월 3일 18시 36분


21세기는 지식기반정보시대이자 컴퓨터와 통신, 그리고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인터넷 혁명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는 곧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값싸게 얻을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환경에 살게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빈부격차 되레 심화 우려▼

우리나라는 일천한 정보화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이용자는 이미 2000만명을 넘었고 인터넷 이용 시간도 월 16시간으로 세계 1위, 도메인 등록건수는 세계 4위, 초고속 인터넷망 가입자는 4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괄목할 수준으로 성장했다. 외형적으로 보면 정보화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일류 국가 대열에 당당히 합류한 셈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것인가. 사실 서구적 관점에서 보면 정보화는 평등과 등식이다. 미래학자 에스더 다이슨은 디지털 시대의 인류 모습을 담은 저서 ‘릴리즈 2.0’에서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소외된 자들에게까지 힘과 창조성이 부여되는 진정한 평등사회가 실현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컴퓨터와 정보통신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삶의 양식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많은 정보화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 면은 바로 급격한 사회 변동과 정보화의 뚜렷한 불균형으로 정보시대의 빈부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다시 말해서 외환위기로 많은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부격차가 심화됐다면 인터넷 시대에는 또 다른 ‘노익빈 소익부(老益貧 少益富)’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결국 정보화의 불평등은 21세기 새시대가 직면하게 될 가장 심각한 문제인 셈이다. ‘정보를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정보통신기기를 자유롭게 다루는 자와 다루지 못하는 자, 정보를 스스로 창조하는 자와 농락 당하는 자’의 불평등 속에 정보 거지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문화센터 조사에 따르면 남녀별 정보화 격차 지수는 100 대 80.9로 나타나는 등 연령별 학력별 지역별 정보화 격차가 현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정보화 격차는 10대가 100일 경우 40대는 52.1, 50대 이상은 30.9로 집계됐다. 대졸 이상을 100으로 할 때 고졸은 56.6, 중졸 이하는 25.7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별로는 대학생을 100으로 할 때 사무직 종사자는 81.3, 주부 35.0, 농어민 25.3이었다. 월 소득 300만∼400만원인 사람을 100으로 할 때 100만원 미만 소득자는 57.7이었고, 대도시를 100으로 할 때 읍면 지역은 83.7로 조사됐다.

통계는 빈부격차가 정보화 격차로 이어지고 이것은 다시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냉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특히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농어민 및 장애인들은 개인용 컴퓨터(PC)와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거나 관련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 어려워 정보화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수십조원을 투자해 구축하고 있는 초고속정보통신망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각 가정에 컴퓨터가 있어야 하고 컴퓨터가 손쉽게 통신망과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 100명당 20대 미만의 현재와 같은 PC 보급 수준으로 21세기 정보 선진국을 꿈꾼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인간존중 정신이 바탕돼야▼

따라서 일반 국민에게는 국민 PC 가격을 더욱 낮춰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하고 저소득층은 물론 농어민이나 장애인들에게는 PC 구입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보다 공격적인 정보화 투자를 통해 정보화 격차를 줄이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식기반 정보사회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언제나 인간 중심, 인간 존중의 정신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즉 산업사회에서의 인간 경시, 인간 소외라는 문제가 21세기 정보사회에서는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든 계층의 개인은 물론 사회의 제반 기구들이 필요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이용하는 주체로서 정보사회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실행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윤배(조선대 교수·컴퓨터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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