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들이 급증하자 퇴직 이후 대책까지 챙겨주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퇴직자들이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쓰는 법, 인터뷰 요령을 가르쳐주고 취업과 관련된 여러 정보를 제공하는 재취업센터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것.
▽떠난 회사에 좋은 인상〓대우자동차는 2월부터 ‘희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대우차는 지난해 10월대비 인력을 6884명 줄였는데 이들을 위해 노동부와 함께 재취업센터를 만든 것. 지금까지 센터 등록자는 2724명으로 이 가운데 365명이 재취업했고 36명이 창업했다. 성공률은 14.7%.
재취업센터를 2년째 운영하고 있는 한국피앤지의 성공률은 더욱 높다. 지금까지 240여명이 등록했는데 성공률은 80%에 가깝다는 것. 이 회사 최동현 컨설턴트는 “예전에는 위로금을 주는 것으로 실직자에 대한 배려가 끝이었는데 이제는 회사들이 좀 더 생산적인 배려를 하고 있다”며 “떠난 회사에 대해서도 좋은 인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한국통신도 재취업센터 운영을 고려하고 있으며 보험업계에서도 이를 검토중이다. 이렇다 보니 DBM코리아 리헥트해리슨 등 재취업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도 성업중이다.
▽재취업센터 설치하고도 ‘쉬쉬’〓그러나 아직은 재취업센터가 제대로 자리 잡지는 않았다. 여러 기업들이 여전히 ‘몰래 구조조정’을 하고 있으며 재취업센터를 개설한 사실 자체를 감추려 한다.
DBM코리아 황인헌이사(39)는 “외국기업에서는 흔한 재취업센터가 이제야 서서히 한국에도 도입되고 있다”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주요 기업 가운데서도 재취업센터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익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성공 사례〓필요할 경우 영어 컴퓨터 등 각종 전문지식도 훈련시켜 준다. 무엇보다도 ‘잘렸다’는 패배감을 치유하는 심리상담을 통해 새로 사회에 도전할 의욕을 북돋워주고있다. 위로금을 얹어주는 희망퇴직 등의 소극적 구조조정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도입하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는 자기소개서를 쓰라면 성장과정을 주로 썼다. 재취업센터에서 교육 받아보니까 이전 회사에서 이뤘던 업적을 중점적으로 소개해야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 자신을 상품화하는 방법을 배웠다.”(지모씨·35·한국피앤지 퇴사자)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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