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높은 빌딩과 상가 등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서울 강남구 일대를 중심으로 빌딩 매물이 회수되고 호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이른바 ‘펀드 버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반면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서울시내 빌딩의 공실률과 임대료가 떨어지고 있어 빌딩수익률은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펀드버블이 리츠가 국내 시장에서 조기정착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빌딩 호가가 오르고 있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거리에 있는 연면적 5000평 규모의 A빌딩. 지난해 350억원에 매도가가 책정됐던 이 빌딩은 최근 호가를 400억원 이상으로 높였다.
강남구 역삼동 B빌딩도 지난해 165억원에 매물로 나왔으나 건물주가 이런 저런 조건을 달며 건물값을 높이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어 중개업자의 애를 태우고 있다.
빌딩중개전문업체인 ‘오피스뱅크’의 곽종수 사장은 “기업 구조조정용 빌딩은 가격 변화 없고, 목 좋은 일반 빌딩의 경우 99년까지는 외환위기 이전인 97년말 매매가를 기준으로 할 때 70∼80% 선에서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97년말 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한 매물 회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부근에 있는 연면적 3000평 규모 C빌딩의 경우 연초까지만 해도 매도가 250억원에 매물로 나왔으나 최근 철회됐다.
▽임대료는 떨어진다〓국내 경기 침체가 장기화 양상을 보이면서 빈 사무실이 거의 없었던 서울지역의 대형빌딩에서 빈 사무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6월 말과 9월 말을 기준으로 서울 강남지역 빌딩 공실률은 0.1%로 사실상 빈 사무실이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말 조사에선 공실률이 0.6%로 0.5% 포인트 증가했다. 이번 조사에선 다시 0.2% 포인트 증가한 0.8% 정도로 추계됐다.
빌딩투자정보 분석전문업체 ‘알 투 코리아’의 김병욱 이사는 “지난해 9월 말까지도 1∼2개월 뒤 입주할 사무실을 예약하는 임차인이 줄을 이었는데 최근에는 빈 사무실이 생겨도 임차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작년 한 때 폭등세를 보였던 임대료도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인터넷부동산정보업체 ‘R114’가 지난달 말 500여개 빌딩의 임대료를 조사한 결과, 서울 강남구 대치동 D빌딩의 평당임대가가 4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무려 25%가 급락했다. 또 대치동의 E빌딩, 삼성동의 F빌딩 등도 평균 10%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빌딩수익률이 낮아진다〓빌딩가격은 오르고 임대수입은 줄어듦에 따라 빌딩 수익률은 당연히 떨어지고 있다.
다국적 부동산중개업체인 ‘씨 비 리차드앨리스’의 김효근부장은 “최근 상황에 비춰 서울지역 빌딩 가격은 2∼3% 정도 상승하는 반면 빌딩임대료는 2∼3% 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빌딩수익률은 1% 정도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부동산투자분석 전문업체 ‘글로벌감정평가법인’의 김병창 이사는 “현재 강남지역 사무용 빌딩의 임대소득수익률은 5% 내외에 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며 “리츠의 조기 정착을 위해선 매도가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했다.
<황재성·이은우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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