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꼬마들의 '입심'

  • 입력 2001년 4월 3일 18시 52분


좀 늦은 출근시간. 초등학생 10여명이 전동차에 올라탔다. 어디론가 현장학습을 가는 듯했다. 쉴 새 없이 재잘대는 아이들의 대화주제는 ‘학원’이었다.

“속셈학원은 너무 재미없어. 미술을 배우고 싶은데….”

“아냐. 태권도가 짱이야.”

“뭘 모르네. 컴퓨터가 얼마나 재미있는데….”

갑론을박. 하지만 아이들은 ‘심지어 속셈학원도 학교보다 낫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학교는 따분할 뿐만 아니라 선생님이 때린다는 게 이유.

옆에 있던 중년남자가 끼어들었다.

“그러면 안된다. 선생님이 때리는 것은 다 너희가 잘 되라고 그러시는 거야. 부모님이 드시는 ‘사랑의 매’하고 같은 거라고.”

아이들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 엄만 절대 안때려요.”

“우리 아빠도요.”

“어제 친구하고 싸웠는데 엄마가 친구를 혼내줬는 걸요?”

말문이 막힌 아저씨. 그 때부터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다 너희를 사랑하기 때문이란다. 좋은 부모나 선생님은 매를 잘 들지 않지. 그러니까 학교가 더 중요한 거야. 알았지?”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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