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2001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삼성 썬더스와 LG 세이커스의 주축은 ‘테크노 가드’ 주희정(25)과 ‘캥거루 슈터’ 조성원(30)이다.
이들의 활약에 따라 경기는 순식간에 ‘천당과 지옥’이 교차될 만큼 이들의 팀내 비중은 막중하다. 하지만 아무리 이들의 손끝에서 경기흐름이 좌우된다지만 ‘독불장군식’ 플레이가 통하지 않는 곳이 또한 농구.
이런 점에서 챔프전들어 가장 돋보이는 선수가 팀플레이에 주력하는 주희정이다. 3차전에서 주희정은 조성원과 확실히 달랐다. 팀의 리딩가드로 공수조율을 이끄는 주희정은 2차전까지 경기당 평균 13점을 챙기며 득점에서도 웬만한 슈터 못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3차전들어 주희정은 무스타파 호프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자 자신의 득점을 자제한 채 호프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데 주력했고 결국 자신은 한자릿수 득점(9점)에 그친 채 15개의 어시스트로 호프의 득점을 41점까지 끌어올리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이날 경기에서 주희정이 더욱 빛난 것은 3쿼터 중반 일찌감치 4반칙으로 파울 트러블에 걸린 상황에서도 적절한 파울관리로 풀타임을 소화한 점. LG는 주희정의 손끝에서 공 배급이 계속되자 3쿼터이후 밀착 마크에 들어갔지만 주희정의 발목을 붙들어매는데 실패했다.
3차전에서 플레이오프 역대 한 경기 최다 어시스트 타이 기록을 수립한 주희정은 3차전까지 경기당 평균 12.7개의 어시스트로 종전 기록(이상민·8.33개)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주희정과 함께 챔프전 MVP를 다투는 조성원은 “내가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의욕이 앞선 경우. 양 팀 선수를 통틀어 챔프전을 경험한 유일한 선수인 조성원은 3차전에서 팀내 최다인 37점에다 69%의 야투 성공률, 42%의 3점슛 성공률로 수치상으로는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3차전에서 10점차로 리드하던 2쿼터 후반 무리한 3점슛이 빗나가는 바람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고 3점슛이 절실하던 4쿼터에서는 3개중 1개의 3점슛만 성공시키며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3차전을 패한 LG 김태환감독도 이날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조성원의 ‘과욕’을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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