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네티즌]유소년 축구클럽 '전도사' 이요섭씨

  • 입력 2001년 4월 3일 21시 25분


축구교실 선수들과 함께한 이요섭 감독(왼쪽)
축구교실 선수들과 함께한 이요섭 감독(왼쪽)
'정보의 바다에서 건진 한국 유소년 축구클럽의 미래.'

인천에서 유소년 축구클럽 '이요섭축구교실'을 운영하는 이요섭(38)씨는 얼마전 황당한 일을 당했다.

축구교실의 유일한 연습공간인 모 중학교로 부터 '운동장 사용불가' 통보를 받은 것. '축구교실 아이들이 운동장을 점령해 다른 학생들이 놀 공간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미 다른 학교운동장에서 쫓겨난 경험이 있던 이요섭씨의 실망감은 컸다 .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에 청와대와 교육청에 운동장을 사용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동시에 인터넷을 이용해 네티즌들에게 사정을 호소했다.3월 13일 이요섭 축구클럽 홈페이지(http://hangoal.com/lysfc/)를 시작으로 2002 한·일 월드컵 홈페이지, 한골닷컴, 사커로,사커 뱅크 안티 축구협 등 축구관련 사이트에 '안타까운 클럽팀의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사연의 글을 올렸다. 또 평소 생각하던 유소년 축구클럽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글도 함께 올렸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2주일 동안 100통이 넘는 이메일이 쏟아졌다. 홈페이지에도 격려의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대부분 '안타깝다. 힘내라'는 내용이었다.

'누군가는 해야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버텨오다 주위의 냉대로 좌절 할뻔했던 이요섭씨는 수많은 네티즌들의 격려에 큰 힘을 얻었다.

그러던 차에 '학교 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이른아침·방과후·공휴일 및 방학기간에 운동장을 주민에게 개방하여야 한다'는 교육청의 유권해석이 있었다. 네티즌들의 뜨거운 호응에 자신감 까지 회복한 이요섭씨는 학교측과 담판을 벌여 오후 4시반부터 2시간동안 운동장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인터넷의 위력을 확인한 이요섭씨는 지난해 12월 축구전문 사이트 한골닷컴(www.hangoal.com)의 도움을 받아 올 1월 오픈한 홈페이지에 신경을 더 많이 쓰기로 했다.

홈페이지를 잘 활용하면 유소년 축구클럽에 대한 인식전환은 물론 재능있는 아이들의 조기발견,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축구 할 기회를 제공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이미 발견했다. 홈페이지 개설 3개월여 만에 전국에서 20명의 동네축구 스타들이 축구선수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인천까지 테스트를 받으로 찾아왔던 것.

하지만 인천이라는 '지역적 한계' 때문에 타지역의 학생들을 축구교실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실망스런 표정으로 무겁게 발걸음을 돌리던 어린 학생들. 이요섭씨는 그때의 안타까운 기억들을 되뇌이며 인터넷을 통한 축구강좌를 통해 다양한 축구기술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네덜란드 프로축구 '명문클럽' 아약스의 유소년 프로그램을 참고로 자신이 직접 개발한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동영상 서비스를 실시하기로 한 것. 전국 어디서나 자신의 축구클럽에서와 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

킥의 기본부터 기본적인 전술운용방법까지 자신이 클럽선수들을 지도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동영상에 담아 내겠다는 구상이다.

한달에 5~6만원정도의 회비가 전부인 열악한 재정상태, "동네축구 감독도 감독이냐?"라는 비아냥속에서도 축구와 어린이 들이 좋아 축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요섭씨.

'모든 운동의 시작은 놀이를 통한 즐거움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는 그는 '유소년 축구클럽의 활성화가 한국축구의 희망'이라며 국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이요섭감독은 누구?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때 처음 축구공을 만지기 시작해 인천체대에서 선수생활 마감했다. 89년 부천 부일 초등하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 이듬해 만수 북 초등학교로 자리를 옮겨 이천수와 함께 부평고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태욱(안양 LG)을 발굴하기도 했다. 99년 인천 남동구청 어린이 축구교실을 지도하면서 클럽축구에 눈을 떠 2000년 3월 이요섭 축구 교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요섭 축구교실에는 초등부 4명 중등부 13명 등 총 17명의 선수들이 등록 돼 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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