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오르는 것은 물론 일본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이 23개월 만에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도 우리나라의 주 수출시장인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수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응책의 선택폭이 대단히 제한적이라는 정부 당국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상황의 원인이 어디에 있더라도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은 엄연히 정부의 책무라는 점이다. 특히 정부는 그동안 오래 전부터 예고되어 온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얼마나 효율적인 대처 노력을 해 왔는지 스스로 따져보고 반성도 해야 한다.
국내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환율 폭등에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 불확실성은 바로 금융시장의 경색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이는 현대건설과 현대전자에 대한 정부의 무원칙적이고 임기응변적인 대책이 빚은 결과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에 집착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물가를 희생해서라도 돈이 돌게 해 경기를 띄운다는 방침은 잘못된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나온 대책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건국 이래 최저 수준인데도 기업자금이 부족한 것은 신용경색에 의한 것이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이다. 4일 금융정책협의회가 기껏 연기금이나 동원해 주식시장을 단기간에 부양하려는 대책을 내놓는 것과 같은 태도는 너무 안이하다. 특히 한국부동산신탁이나 대한주택보증처럼 건설경기와 직결된 기관이 벌써 언제부터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는데도 변칙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의 ‘무책주의’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그런 내적 요인들을 풀지 못한 채 변명의 구실을 외생 변수에서만 찾는다면 이는 정부의 무능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겉치레에 그치고 봉합해 버린 개혁작업이 지금 세계 경제의 먹구름 앞에서 초라한 실상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 위기를 그동안 미진했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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