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마음은 하나

  • 입력 2001년 4월 5일 18시 27분


5일 두산―해태의 개막전이 열린 잠실야구장.

경기전 구장 밖에선 고사상이 차려졌다. 이날 선발등판하는 두산 조계현이 올시즌 잘 던지도록 팬클럽 ‘조계현 선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준비한 선물. 상위엔 조계현의 글러브와 공 한 개, 돼지머리와 막걸리가 있었고 지나가던 팬들은 자발적으로 절을 올린뒤 돼지입에 지폐를 꽂아넣었다.

두산 포수 홍성흔은 올해 포수 보호장구인 프로텍터에 ‘일 내자’라는 글을 새겨넣었다. 지난해 ‘진인사 대천명’이란 문구를 새겼던 홍성흔은 “글을 써 넣으면 그걸 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대에서 심정수와 맞트레이드된 두산 심재학은 더그아웃에서 하얀 펜으로 자신의 등번호 10번을 무릎 보호대에 정성스럽게 쓰고 있었다.

두산 유지훤코치는 기분 좋아야 할 개막전인데도 근심스러운 표정이었다. 부산에 계신 76세의 노모가 암으로 위독한 상태. 부산에서 병실을 지키던 그는 전날 개막전 때문에 상경해야 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개막전에서 똑같은 구장, 똑같은 투수와 맞붙게 된 해태 선발 최상덕은 경기전 “올해는 질 수 없죠”라며 어금니를 물었고 데뷔전을 갖게 된 김성한감독은 해태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더그아웃을 찾은 선동렬 KBO 홍보위원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긴장을 풀었다.

개막전을 열심히 준비한 사람들. 이들에게 드디어 2001시즌이 시작됐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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