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삼성 '식스맨의 힘'…강혁-김희선 등 줄줄이 대기

  • 입력 2001년 4월 5일 18시 35분


김희선(왼쪽)과 강혁
김희선(왼쪽)과 강혁
‘삼성의 곳간은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

삼성 썬더스가 올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기까지 고비는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위기에서 변칙보다 정면승부를 고수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주전 못지 않은 식스맨이 줄을 섰기 때문.

단적인 사례가 이규섭의 부상. 올 시즌 신인왕을 거머쥔 이규섭이 플레이오프에서 다쳐 챔프전 출장이 불가능해졌을 때 대부분의 전문가는 이규섭의 공백을 챔프전 승부의 최대 변수로 꼽았다. 하지만 삼성은 이런 우려에 코웃음을 치며 강혁 카드를 내세웠고 강혁은 4차전까지 팀의 주전으로 맹활약, 당당히 챔프전 MVP에 거론될 만큼 완벽하게 이규섭의 공백을 메웠다.

식스맨의 힘은 최대 접전이었던 4차전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이날 경기에서 강혁이 3쿼터 중반 LG 박재헌과 말다툼을 벌이다 동반 퇴장했을 때 누구나 승부가 LG쪽으로 기울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 강혁을 대신한 김희선이 LG 조성원을 완벽하게 차단하며 상대 공격의 맥을 끊었고 종료 직전에는 조성원의 공을 가로채 쐐기포를 성공시키며 강혁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이와 함께 아티머스 맥클래리와 무스타파 호프에게 수비가 집중될 때 이들을 주저하지 않고 벤치로 불러들일 수 있는 것도 이창수 박상관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에 반해 LG는 주전과 식스맨간의 구분이 확연하다. 부상 뒤 몸놀림이 예전 같지 않은 박재헌이나 김태진은 자신과 매치업을 이룬 상대와 기량에서 뒤지자 무리한 반칙을 범하다 오히려 자유투에다 공격권까지 넘겨주는 경우가 허다했고 이홍수나 배길태도 파울수만 늘리며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나란히 베스트 멤버가 빠져도 삼성이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해 나가는 반면 LG가 곧바로 추격자의 위치로 전락하는 것도 이처럼 믿을 만한 식스맨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상대에 대한 분석력이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있는 LG 김태환감독이 어떤 변칙카드로 5차전에서 기사회생할지 관심거리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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