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순매도 탓에 해외변수로 불안한 국내 증시는 초긴장 상태다. 혹시 '셀코리아'가 시작된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개인과 기관의 매수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인마저 국내 증시를 외면한다면 폭락장세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프에서 보듯 외국인의 순매도가 발생한 날은 종합주가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순매수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도 급격한 추가매도 가능성은 아직까지 낮다며 개인투자자의 신중한 투자자세를 당부하고 있다.
▽기술주 비중 축소지 '셀코리아'는 아니다〓외국인들은 3월말 사들였던 삼성전자와 한국통신 등의 기술주를 최근 집중 매도했다.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종목이기 때문에 지수하락에도 큰 영향을 준 것.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3월말 나스닥시장에서 기술주가 반등하자 국내 기술주도 함께 올랐고 이번에는 '기대가 성급했다'는 인식과 함께 나스닥 기술주가 하락하자 국내 대형 기술주도 동반하락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조정장세가 계속되는 한 이런 현상은 반복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또 "외국인의 매도는 기술주 비중 축소로 인한 것이며 이를 '셀코리아'로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기업의 1·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는 분석은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미국 퍼스트콜의 예비집계 결과 3월말 현재 957개 기업 중 1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치보다 나쁜 곳은 69%(662개)나 됐다. 특히 이중 기술주로 분류되는 205개 기업 중 실적이 예상치를 밑도는 곳은 무려 82%(167개)나 된다는 것. 1분기 미국 경기가 바닥을 친다곤 하지만 막상 이달말부터 악화된 실적이 발표되면 투자자의 불안심리는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대우증권 김영호연구위원은 "통상 국채와 회사채간의 금리격차(스프레드)는 경기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되는데 현재 미국시장의 수치는 300bp까지 벌어져 있어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며 "미국경기가 3분기 이후 반등한다면 2분기까지는 바닥을 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과장은 "미국경제가 '리세션(경기후퇴)'이라는 큰 흐름에 놓여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며 "특히 기술주 비중을 계속 줄여나간다면 국내시장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3월 실업률이 전월에 비해 높게 나올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며 이 경우 외국인의 투자심리도 살아날 수 있다 고 말했다.
▽외국인 경계심리 확산〓외국인들은 최근 삼성과 현대의 편법 계열사 지원에 상당한 실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의 아시아지역 펀드 운용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글로벌에셋자산운용 사이먼 니콜슨 본부장은 "유럽투자자들은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차가 자회사를 통해 인터넷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두고 '바보같은 짓'이라고 비난하고 있다"며 "한국기업이 점차 투명해질 것이라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대건설 처리와 금융구조조정에도 외국 투자자들은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물투자회사 신아투자자문 최정현사장은 "외환위기 때 외국인들은 대형주를 우선 집중 매도한 뒤 중소형주까지 내다파는 패턴을 보여왔다"며 "만일 지수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매도규모를 늘려 나간다면 이는 위험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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