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신금-종금사들 2800억 고리대금업자에 대출

  • 입력 2001년 4월 5일 19시 07분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줘야 할 신용금고와 종금사가 고리대금업자에게 수천억원대의 고리대 밑천을 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감독원은 이들 금융회사가 고리대금업자에게 최소한 2800억원대의 자금을 연 12∼18% 금리로 대출해준 것으로 나타났다고 5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서민금융회사인 신용금고가 연 80% 이상의 초고금리를 받는 대금업자에게 ‘돈 떼일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거액을 빌려주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관계자는 “3월 말 현재 12개 안팎의 금고와 일부 종금사가 연 12∼18%의 이자율로 대금업자에게 각각 800억원, 2000억원 가량을 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전국에 법인 863개, 개인사업자 549명 등 모두 1412개의 대금업체가 등록돼 있으며 무등록업체를 포함하면 3000여곳이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고업계는 대금업자에게 대출한 것에 대해 “마땅히 돈굴릴 곳이 없는 데다 불법행위도 아니지 않느냐”며 항변하고 있다.

신용금고의 예금금리는 시중 은행보다 높은 연 7∼8%대. 그러나 회사채 유통시장이 말라붙고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국공채 수익률, 1일짜리 콜 예치 금리마저 연 5∼6%대에 머물러 예금을 받을수록 손해인 ‘역마진’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신용금고업에 진출한 한 관계자는 “금고돈을 빌려 썼다는 소문이 도는 것을 기업이 꺼린다”며 “이익을 많이 내는 대금업자에게 대출하면 금리나 채권회수율도 훨씬 높아 마다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제지표가 악화될수록 신용금고 및 종금사의 대금업자 대출 현상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대안으로는 신용금고가 소액 대출한 돈이 부실해질 경우 충당금을 쌓는 규정을 고치는 방법이나 소액대출 금고의 현장검사 회수를 줄이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금감원 관계자는 “대출금 이자가 3개월간 안 들어오면 충당금을 50% 쌓아야한다는 규정의 경우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은 6개월간 이자가 연체돼야 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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