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날 국내 금융시장에서 나타난 모습은 이런 ‘장담’을 공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정부의 긴급 증시대책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는 500선이 무너지면서 2년4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원화환율은 2년반 만에 가장 높은 달러당 1365원대로 뛰는 등 주식 외환 채권시장이 모두 ‘불안의 물결’에 휩싸였다. 경기침체, 물가 및 실업률 상승, 수출둔화 등 실물부문의 ‘빨간 불’까지 생각하면 아무리 미일(美日)경제 악화를 감안하더라도 “경제체질이 튼튼해졌다”는 강변은 ‘말장난’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여당보다는 덜하지만 정부의 경기인식과 처방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방송매체를 통해 요즘 국민의 눈과 귀에 대대적으로 전달되는 ‘자신감이 경제를 바꾼다’는 ‘공익광고’는 어떨까. 경제에 미치는 심리적 요인의 중요성은 인정되지만 한국경제가 현재 부닥친 벽을 ‘심리전’만으로 뚫고 나가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측이 국제유가 급등이나 현대건설 처리문제, 미일 경제침체 등 불이 발등에 떨어질 때마다 자주 써먹는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대책)도 식상한 느낌을 준다. 충분한 대비책이 있다는 ‘냄새’를 풍겼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늘 공개하지 않았다.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경제의 거의 모든 분야가 휘청거리는 현재 상황을 제대로 분석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라고 정부여당측에 권하고 싶다.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용비어천가식(式) 경제인식’을 더 이상 듣고 싶은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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