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국민의 선택에 의한 정권교체를 이룩한 김대중(金大中) 정부는 집권 3년이 지난 지금 ‘국민의 정부’에서 ‘강한 정부’로 돌아섰다. 이는 본질적으로 김 정부의 무게 중심이 국리민복(國利民福)에서 정권재창출로 기울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권당이 정권재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리민복이 우선이다. 정권재창출은 바른 정치의 결과물일 뿐이다. 지역 정파간 야합과 힘의 정치로 정권재창출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
계층간 지역간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의 통합된 에너지를 이끌어내야 할 정치의 목표가 권력유지라는 수단에 매몰되면 그 사회구성원의 갈등과 반목은 증폭되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개혁 대 반(反)개혁, 수구와 진보, 우리 편 너희 편 등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양분화를 강요당하고 있는 느낌이다.
최근의 언론환경도 그러하다. 신문이 친여(親與) 반여(反與)로 구분되는 가운데 방송이 신문을 공격하고, 신문이 다른 신문을 비난하고 매도한다. 언론개혁을 빌미로 이 정부는 말과 행동이 다르게 교묘하고도 집요하게 언론자유를 위협하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들의 거듭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기로 일관하는 듯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신문고시 제정 시도는 그 한 예일 뿐이다.
개혁의 미명하에 언론자유를 속박하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나 권력의 자의에 의한 비민주적 방식으로 몰아가는 언론개혁은 허구일 뿐이다. 더구나 언로(言路)를 통제하고 건전한 비판마저 봉쇄해서는 민주주의란 있을 수 없다. 이를 획책하거나 기도하는 어떤 권력도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고 만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신문의 절대적 의무라 할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이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권력에 잘못과 위험을 알리는 호루라기를 부는 일을 멈출 수는 없다. 독자인 국민이 있는 한 그 역할을 방기(放棄)할 수 없다. ‘신문의 날’에 하는 우리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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