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광우병 여파 울주 한우 불고기촌 시름

  • 입력 2001년 4월 7일 00시 38분


“한우는 광우병 감염우려가 없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는데도 손님은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이러다간 한우가격 폭락에 따른 ‘한우파동’이 다시 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5일 오후 1시경 한우 불고기식당 121개소가 있는 국내 최대의 한우 불고기식당 밀집지역인 울산 울주군 두동면 봉계리 일원.

광우병과 구제역 파동이 있기 전까지는 주말과 휴일에 울산은 물론 부산과 경북 경주 등지에서 몰려온 손님들로 식당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으나 이날은 점심시간인데도 식당 안은 한산했다.

또 대부분 식당의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봉계 전통 한우불고기 단지 번영회’ 성정표(成正標·52·유통불고기 식당 주인)회장은 “광우병과 구제역 파동으로 손님이 줄어들어 벌써 이 지역에서 2곳의 식당이 문을 닫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월 유럽에서 광우병이 처음 발생한 이후 세계 곳곳에서 구제역 파동까지 번지자 봉계리 일대 불고기식당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봉계 불고기단지와 인접한 울주군 언양읍 ‘언양 불고기단지’의 35개 식당도 손님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 경부고속도로 인터체인지가 있는 이 곳은 평일에도 외지에서 온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나 요즘은 일부 단골손님을 제외하고는 외지인들이 거의 찾지 않고 있다.

불고기식당의 손님 감소는 울산지역 한우 도축두수에서도 잘 나타난다. 울주군 언양읍 화신산업과 남구 상개동 삼와산업 등 두 곳의 하루평균 한우 도축량은 광우병 파동이 있기 전인 지난 1월 95마리에서 2월 34마리, 3월 40마리 등으로 격감했다.

게다가 구제역 예방을 위해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6일까지 가축시장이 한시적으로 폐쇄되면서 가축시장을 통한 한우 거래도 끊겨 한우 가격도 떨어졌다. 울산시가 한우가격을 조사한 결과 가축시장 폐쇄 전까지 500㎏짜리 수소 한 마리에 257만8000원이었으나 가축시장 폐쇄 후에는 244만7000원으로 4% 하락했다.

봉계리에서 한우 200여마리를 사육하는 박석광(朴石光·50)씨는 “한우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도 부진해 목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우가격이 폭락한 98년의 ‘한우파동’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울산시 관계자는 “기온이 5도 이상 돼 구제역 감염우려가 사라지는 이달 중순 이후 가축시장이 다시 개장되면 한우 가격은 점점 회복되겠지만 한우 소비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정재락기자>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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