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파바로티 40주년 기념 음반 발매

1977년 겨울, 42세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서울을 찾아왔다.

세종문화회관이 문을 열기 전이라서 당시 서울에서 가장 큰 공연장이었던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독창회가 열렸다. 신촌역은 기관사들에게 ‘기적소리를 자제해 달라’고 통보했고, 학교는 아낌없이 보일러를 땠다.

좌석을 빈틈없이 메운 관객들은 거구의 가수가 피아노 반주에 따라 엮어내는 아름다운 소리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베토벤의 ‘이 어두운 무덤속에’가 다소 소란하던 초반부의 객석을 숙연하게 했다. 후반부에 이르러 파바로티가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부르자 객석은 열광했다.

“내 평생 처음 듣는 아름다운 소리다.” 연주회가 끝난 뒤 어떤 관객들은 눈물을 훔쳤다.

당시 콘서트를 본 20대의 연인들이 이제 쉰을 바라보고, 파바로티는 66세가 됐다. 오페라 무대에서는 이미 은퇴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가 지난해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유럽 각지에서 연 리사이틀 실황이 음반으로 발매됐다(유니버설). 그가 한국을 다녀간 뒤 들을 수 없었던 ‘이 어두운 무덤속에’, 토스티의 ‘마레키아레’, 그리고 모처럼 피아노 반주로 듣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 도 실렸다.

노구의 파바로티지만 해맑고 깨끗한 음성, 아름다운 프레이징(分節), 주의깊은 가사표현의 매력은 여전하다. 가끔 숨이 턱에 걸릴 듯 불안정하고, 강건하게 앞으로 내뻗는 포르티시모(最强音)도 듣기 힘들지만, 그래서 더욱 감회가 가슴 속을 아릿하게 하는 지 모른다. 파바로티는 6월22일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빅3 콘서트’를 잠실에서 갖기 위해 네 번째로 한국을 찾아온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