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복귀= 6세 때 왕으로 즉위해 9세 때인 1945년 공산정권에 의해 추방당한 전 불가리아 국왕 시메온 2세(64)는 55년간의 스페인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4일 소피아로 영구 복귀했다. 이날 소피아국제공항에는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몰려나와 "우리는 군주제를 원한다"며 그의 귀국을 환호했다.
알렉산더 카라조르제비치 전 유고 왕세자(55)는 지난해 10월 유고로 영구 귀국했다. 그 역시 귀국 당시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왕정 만세 국왕 만세"를 외치는 환호를 받았다. 그는 선친인 페타르 2세 국왕이 망명지인 영국 런던에서 나은 왕세자다. 페타르 2세는 41년 나치의 탄압을 피해 런던으로 망명했다가 45년 유고에 티토 공산정권이 들어서자 아예 귀국을 포기하고 말았다.
전 루마니아 국왕 미카엘(77)는 최근 이온 일리에스쿠 대통령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옛 왕궁에서 열리는 미술전시회에 참석해 달라고 일시 방문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일리에스쿠 대통령이 그동안 자신의 귀국을 방해해 사이가 좋지 못한터라 "선약이 있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그 역시 "하루 빨리 영구 귀국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정치적 지지 증가= 불가리아로 복귀한 시메온 2세의 경우 정치 참여가 기정사실로 간주되고 있다. 최근 여당인 민주세력연합(UDF)에서 탈당한 군주제 지지자들은 자체적으로 에킵(Ekip)당 을 창당해 시메온 2세를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실시될 총선에서 시메온 2세가 에킵당을 지지할 경우 이 당이 15% 이상 득표할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시메온 2세는 올 하반기 실시될 대통령 선거에서 페타르 스토야노프 현 대통령의 유일한 호적수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선거 전 5년간 계속 국내에 거주한 사람만이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최근 판결에 따라 이번엔 출마 가능성이 사라지고 말았다.
카라조르제비치 전 왕세자의 귀국은 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 대통령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유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체포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의 잔존 세력과 맞서는데는 왕정을 지지하는 세력의 협조가 필요했다는 것.
루마니아 출신의 미카엘 국왕이 최근 일리에스쿠 대통령으로부터 일시 방문 요청을 받은 것도 그의 귀국을 계속 거부할 경우 정치적 궁지에 몰릴 지도 모른다는 집권층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입헌군주제로의 발전 가능성= 왕족들이 국내로 복귀하고 있는 데는 동구에서 강하게 일고 있는 '왕정시대에 대한 향수'가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유고에서는 3명 중 1명이 왕정 복고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왕족들이 정치세력화를 꾀하는 것도 이같은 여론을 등에 엎고 있기 때문이다.
동구 전문가들은 이들 왕족이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따라서는 빼앗겼던 재산을 되찾고 또 형식상의 입헌군주제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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