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4개 메이저대회를 연속 제패하는 감격적인 순간에 그가 취한 액션은 오른손을 가볍게 들어올린 것뿐. 불끈 쥔 오른손으로 마치 복싱선수가 어퍼컷을 날리는 특유의 ‘포효하는 호랑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아직 마무리 퍼팅을 남겨둔 필 미켈슨에 대한 배려 때문이었을까. ‘당연한 우승’이라는 거만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TV카메라에 애써 잡히지 않으려는 듯 모자를 잡아내려 얼굴을 가린 그의 모습에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버린 진한 허탈감이 역력했다.
갑자기 돈방석에 앉은 이후 아버지 얼 우즈와 어머니 쿨티다는 ‘이혼설’까지 나돌 정도로 가정불화가 끊이질 않았다. 아버지의 ‘여자관계’가 그 원인이었다는 것이 뒷얘기.
2년 간 사귀어온 백인애인(조안나 자고다)과는 올 초 헤어지는 아픔을 맛봤다.
한편 기분전환을 위해 올 시즌 개막 직전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다가 주위의 입방아에 올랐고 지난달 베이힐대회에서 시즌 첫승을 올릴 때까지 각종 구설수에 시달렸다.
우즈가 비로소 환한 웃음을 지은 것은 경기종료 후 나흘간 동고동락한 전담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와 악수를 나눈 직후.
하지만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러 이동하던 도중 나란히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부모를 발견한 순간 우즈는 다시 한번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흑인 혼혈아인 아들 우즈가 미국사회에서 홀대받지 않게 하기 위해 스포츠스타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것을 희생한 얼과 쿨티다. 어린 우즈를 집에 혼자 두지 않기 위해 부부동반 모임에는 한번도 참석해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우즈는 이날 메이저 4연승보다 부모님에게 멋들어진 ‘화해의 선물’을 드렸다는 것이 더 기쁘지 않았을까.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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