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채권형펀드 줄줄이 원금 손실 MMF자금도 급속이탈

  • 입력 2001년 4월 9일 18시 37분


올 들어 국고채 금리가 요동치면서 그나마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졌던 채권형펀드가 줄줄이 원금을 까먹고 있다. 또 최고의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도 채권매매 손실이 발생하면서 고객에게 확정된 금리를 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 불안을 피해 투신권의 안전한 MMF로 몰려든 자금이 급속도로 이탈하고 있어 유동성위기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채권형펀드 20% 원금 손실〓펀드평가기관인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설정된 236개 펀드(설정액 7조9233억원) 중 7일 현재 무려 50개 펀드(2조7695억원)가 원금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설정액 기준으로는 35%나 된다. 삼성투신운용의 ‘마켓아이12채권 A―4’(1500억원)가 ―2.34%로 가장 손실폭이 컸고 1% 이상 손실을 본 펀드도 10개나 된다. 채권투자에서는 0.01%를 따먹기 위해 피말리는 매매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1% 손실은 엄청난 규모다. 국고채금리가 2월말 4%대까지 추락하자 보다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만기가 많이 남아 있는 장기채권을 샀다가 금리가 6%대로 폭등하면서 손실이 난 것.

▽MMF도 위험수위 도달〓MMF는 채권시가평가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고 상품도 주로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에 운용한다. 그런데 펀드수익률을 조금 더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통안채 1, 2년물을 샀다가 금리가 올라가는 바람에 상당한 평가손실을 내고 있다. 동부 및 외환코메르츠투신운용의 4개 펀드는 지난주 MMF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나왔다.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평가손실이 커지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시장에 내다 팔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미리 환매한 고객은 확정금리를 받아갈 수 있지만 나중에 돈을 찾는 고객은 채권평가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돼 판매증권사가 제시한 이자를 다 받지 못하게 된다. 수익률하락을 우려한 법인고객들이 동요하면서 최근 2주 동안 5조원이나 빠져나가 잔고는40조원대로 줄었다. 투신업계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안정돼 금리가 하향안정세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MMF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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