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대학 '석-박사 장사' 뿌리 뽑힐까

  • 입력 2001년 4월 9일 18시 39분


교육인적자원부가 인가를 받지 않고 석 박사 학위과정을 개설해 학위를 주고 있는 일반 대학과 신학대 등에 대해 실태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동안 재정 상태가 열악한 대학들이 사실상 돈을 받고 학위를 준다는 소문이 확인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위 발급 실태〓교육부는 2월 경기 H대에 대한 감사를 벌여 대학측이 ‘목회대학원’을 운영하면서 96년부터 지난해까지 211명에게 석사 학위를 발급한 것을 밝혀냈다. 96년 이전 졸업자 명부를 이 대학이 보관하고 있지 않아 정확한 규모는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교육부는 87년부터 760여명에게 학위를 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무인가 신학대에서 배출된 목회자들이 자격을 갖추려면 석사학위가 필요해 교단의 위탁을 받아 목회대학원을 설립한 것으로 안다”며 “학위는 교단에서만 인정될 뿐 공식 학위가 아니며 학기당 150만원씩의 등록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99년 개교한 서울 K대학은 학부 과정이 없는 대학원대학. 입학정원이 석사과정 33명, 2000년 석사과정 48명에 불과하지만 2년간 ‘연구과정생’으로 매년 200명 이상을 선발, 논문심사를 통해 졸업증서를 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관련 대학원 현황
신학관련 대학원 74개
목회관련 대학원16개
선교 관련 대학원11개
대학원대학18개
자료:교육인적자원부 '대학원 석박사과정 운영 기본통계'

연구과정생의 등록금 수입현황 등을 교육부에 보고할 필요가 없어 학교측이 등록금을 유용하거나 횡령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대학원 ‘연구과정’ 논란〓고등교육법은 대학원이 학위과정 외에 연구과정을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 대학원들은 주요 ‘수입원’으로 연구과정을 활용한다.

일반 대학들은 특수대학원에 6개월∼1년 과정의 별도 연구과정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정규과정 입학 심사에서 떨어지면 대학에서 연구과정에 등록하라고 권유한다.

그러나 일부 신학대들은 2∼3년 과정의 연구과정을 운영하면서 심지어 정규 과정 정원의 10배까지 뽑는 경우가 있다.

왜 학생들이 몰릴까. 교육부는 “교단 내에서는 학위를 인정하기 때문”이라며 “대학은 돈을 벌고 학생은 목회자가 되는데 필요한 ‘자격증’을 얻을 수 있어 서로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입학 자격 심사도 까다롭지 않고 등록금도 학기당 100여만원으로 정규 석박사 과정(210만∼300만원)의 절반에 불과한 점도 ‘매력’이다.

▽왜 단속 못하나〓섣불리 손을 댔다가 ‘종교탄압’이란 반발을 살 우려가 있어 적극 대처하지 못했다.

한 신학대 관계자는 “대부분 신학대학이 재정이 취약해 연구과정을 문제삼으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정부도 문제점을 알지만 종교기관이란 특수성 때문에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교육부 입장과 조사 계획〓교육부는 신학대와 함께 일반대학원의 실태도 조사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특히 △정부의 설립인가를 받지 않거나 증원신청도 없이 무인가로 대학원을 설치하거나 △정원을 초과해 신입생을 모집하거나 △학위인정을 받을 수 없는 학위를 남발하고 거액을 챙기고 있는 사례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대상에는 학부 과정없이 대학원 과정만을 운영해 위법소지가 많은 18개 대학원 대학과 일반 대학원까지 포함된다.

교육부는 “무인가 대학원이나 정원초과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으면 현행 고등교육법상 학위를 인정받을 수 없어 박사과정 진입이나 취업이 불가능하므로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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