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은 9일 ‘가계부실화 진단과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가계부실지수가 경기침체와 맞물려 작년 말부터 다시 오르고 있다”며 “이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불황형 연쇄 파산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LG경제연구원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가계부실지수는 △원리금 부담 정도 △채무상환 능력 △실업률 △가계 흑자율 등에 일정한 가중치를 두고 산출한 지수로 수치가 높을수록 부실상태가 심각함을 나타낸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가계부실지수가 상승한 시기에 소비자파산 신청이 급증하는 등 상관 관계가 매우 높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3∼4 수준을 유지했던 한국의 가계부실지수는 외환위기 이후 갑자기 높아져 99년 1·4분기에 8.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후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서 꾸준히 낮아져 작년 3·4분기에 6.2까지 떨어졌다가 4·4분기(6.5)부터 2분기 연속 올라 올 1·4분기엔 6.9로 상승했다. 이는 80년 이후의 평균치인 4.3보다 2.6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책임연구원은 가계부실지수 상승의 원인으로 △가계대출 증가와 가계부채 누적 △이자지급부담 증가 △부채상환 능력의 저하 △경기침체와 자산가격 하락 등을 꼽았다.
지난해 3%대를 유지하던 실업률(계절조정치)이 올 2월에 4.2%로 높아지고 가계흑자율도 소비증가 영향으로 작년 3·4분기 26.2%에서 4·4분기에는 23.4%로 낮아진 영향이 크다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가계부채 규모는 330조원으로 98년보다 22.1% 증가한 반면 기업부문의 부채는 이 기간에 1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가계부문에서 지출된 이자지급 비용은 39조9200억원으로 가구당 269만원을 지출한 셈. 한국과 일본의 가정이 100만원의 가처분소득(쓸 수 있는 돈)을 벌어들인 경우 부채에 대한 이자로 일본인은 3만1000원을 내는 반면 한국은 11만5000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가계의 부실은 ‘실업증가→소득감소→가계부채 증가→원리금 상환압력 가중’의 순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송 연구원은 “경기침체가 가계부실의 주요인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과소비형 파산보다는 일본의 불황형 파산과 비슷한 형태를 띨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LG경제연구원은 가계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경기회복 노력과 함께 금융기관의 신용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개인 파산자에 대한 사전교육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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