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렇게 없어보이나봐. 취직 못해서 빈둥대는 게 얼굴에 써있나?”
“따뜻해지니까 사람들을 많이 풀었나봐. 아니면 학원 근처가 주 공략 대상인가? 나만 보면 ‘실례합니다. 도에 대해서 아십니까’라며 달라붙는 거야.”
토익모의고사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날 이씨는 또 다시 지하철역 출구에서 ‘수상한 여자’와 맞닥뜨렸다.
“실례합니다. 저….”
“먹고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 저, 종교도 있고요. 이제 그만 좀 하세요 제발.”
“….”
“그리고 저는 부모님이 그런 거 굉장히 싫어하세요.”
“부모님 몰래 만들면 되지. 5분이면 돼요. 여자친구랑 놀이공원 갈 때 입장 무료, 연회비도 없고, 지하철도 그냥 통관데. 카드 한 장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