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통산 첫 1천타점 고지에 올라선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은 개막 이후 4경기에서 불붙은 방망이를 휘둘러 타율(0.692)과 홈런(3개), 최다안타(9개), 득점(9점), 출루율(0.765), 장타율(1.462) 등 공격 6부문에 걸쳐 1위에 올라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본인은 큰 욕심이 없다고 말하지만 홈런 41개를 때린 92년 이후 9년만의 홈런왕타이틀 도전을 점치는 이들도 많다.
애리조나 전지훈련때부터 매일매일 연습경기를 소화한 덕에 해마다 반복되던 '초반고전'이 올해는 없을 것 같다는 본인의 평가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장종훈은 뒤늦게 발동이 걸리는 스타일.해마다 5월 중순이 돼야 감을 잡던 장종훈이 개막 첫주 3개의 아치를 그리기는 87년 데뷔이후 처음이다. 41홈런을 날린 92년과 본인 스스로 초반페이스가 가장 좋았다는 91년에도 장종훈의 4월 한달간 홈런수는 4개에 불과했다.
한물간 선수로 평가받던 장종훈의 부활은 30대를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인 유연한 사고의 결과다.
99년과 지난해 각각 홈런 27개와 28개에다 2년 연속 80타점이상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이승엽(삼성), 박경완(현대) 등 후배들과 우즈(두산)를 비롯한 외국인 강타자들의 등장으로 장종훈의 카리스마는 퇴색됐던 게 사실.
`황금독수리' 송지만과 이영우의 성장으로 팀내 간판타자의 칭호도 후배들에게 물려줘야할 처지였다.
하지만 장종훈은 지난 겨울 황병일 타격코치의 조언으로 타격폼을 교정하면서 타구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평가다.
타격시 왼발을 이동하면서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단점을 겨우내 집중적으로 고치는 한편 최근 수년간 낮아진 타격자세를 다시 세우는 등 장종훈은 '익숙했던 것들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재도약을 준비했다.
장종훈은 "올시즌 주장을 맡은 만큼 개인 타이틀보다는 재건을 노리는 팀의 성적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홈런 40개 정도는 치자고 황병일 코치와 함께 목표치를세워둔 상태.
`회춘한 거포' 장종훈이 나이의 부담을 털고 후배들과 멋진 타이틀경쟁을 펼칠수 있을 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